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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스티븐 킹의 첫 탐정 추리소설

등록 2015-07-23 18:59수정 2015-07-23 21:01

미스터 메르세데스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황금가지·1만5000원

불황이 계속되던 2009년 4월10일 새벽, 일자리를 구하려고 채용 박람회가 시작되는 전날 밤부터 축축한 공기 속에서 밤을 지새운 수백명 사이를 회색 메르세데스 벤츠 한 대가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온다. 쓰러지고 주저앉은 사람들을 뭉개고 질주한 차는 젖먹이를 포함해 모두 8명을 숨지게 한 뒤 사라졌지만, 범인은 흔적도 없다. 버려진 차에 남은 것은 그가 쓰고 있던 피에로 가면과, 선글라스를 끼고 이를 활짝 드러내며 웃는 노란색 스마일 스티커 한장뿐.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채 사건은 미제로 남았고, 담당 형사인 호지스도 은퇴해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범인 브래디가 그에게 보낸, ‘나 잡아보라’고 약 올리는 장문의 편지 한 통으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그 편지는, 유능한 형사였지만 ‘오점’을 괴로워했던 호지스의 피에 불을 붙이고, 호지스의 주변을 맴돌며 자신이 얼마나 ‘유능한 악당’인지를 과시하고 싶었던 브래디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게 된다.

스티븐 킹. <한겨레> 자료사진
스티븐 킹. <한겨레> 자료사진
이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이 처음 도전한 탐정 추리소설이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소설에서 지은이는 특유의 심리 묘사와 엎치락뒤치락하는 구성을 통해 긴장감을 높여 간다. 특히 통상의 추리소설과는 달리 초반부터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놓고 시작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초점은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사이에 벌어지는 심리전과 서로의 생각을 추리해내는 과정에 맞춰진다.

브래디는 양심을 ‘납으로 된 신발’이라 조롱하면서 “나는 그런 신발이 없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 머리 위로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이라고 큰소리친다. 살인은 그저 ‘재미있는 장난’일 뿐이다. 브래디가 이런 ‘괴물’이 된 계기는 그가 남동생을 죽였을 때 사건을 은폐한 어머니인데, 이런 설정은 ‘악의 평범성’을 다시 한번 곱씹게 한다. 그보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범인을 잡아내는 역할을 주인공인 호지스 혼자가 아니라 중년 여성 홀리와 흑인 소년 제롬이 함께 해낸다는 점이다. 기꺼이 ‘바보 역할’을 맡았던 셜록 홈스의 왓슨과 달리, 이들은 호지스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구실을 한다. 각자 ‘정상 가족’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이들이 서로의 심리적인 지지자가 돼주는 모습도 흥미롭다. 스티븐 킹의 수많은 작품들처럼 이 소설도 현재 미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있다. 킹은 또 호지스를 주인공으로 한 추리소설 2권을 더 내 총 3부작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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