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관 덕성여대 교수·문학평론가
윤지관 교수, 신경숙 옹호글 연재
한국문학번역원장을 지낸 중견 문학평론가 윤지관(사진) 덕성여대 교수가 표절 혐의를 받고 있는 작가 신경숙을 옹호하고 나섰다.
“전설과 우국, 몇몇 문장 유사…
일부 차용한 다시쓰기일 뿐
표절이라기보다 문장 활용
나머지 소설 의혹도 경미해
작가 모든 업적 깔아뭉개서야” 윤지관 교수는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작가회의 누리집 게시판에 ‘문학의 법정과 비판의 윤리: 신경숙을 위한 변론’이라는 연재 글을 올려 신경숙 옹호론을 펼쳤다. 23일부터 26일까지 일곱차례 올린 이 글에서 그는 신경숙에 대한 표절 혐의가 “여론재판이라는 ‘광풍’의 성격을 띠었”으며 “신경숙은 혐의에 비해 과도한 징벌을 받았”다는 판단에서 변론에 나섰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지난 14일 ‘다산포럼’ 칼럼에서 신경숙을 옹호하는 견해를 밝힌 바 있는데, 이번 연재에서는 단편 ‘전설’을 비롯해 표절 혐의가 제기된 작품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그 혐의를 벗기고자 한다. ‘전설’과 ‘우국’의 몇몇 문장이 유사하다는 데에는 윤 교수도 동의한다. “‘전설’의 그 문단이 ‘우국’이 없었으면 그런 표현으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그는 밝혔다. 그러나 “일부 단어나 문장의 유사성만을 따져서 표절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좁은 시각으로, 문학의 자유로운 표현영역을 제한하고 언어의 학습과 그 문학적 활용의 복잡한 관계를 무시하는 결과를 빚는다”며 ‘전설’은 미시마 유키오 단편 ‘우국’ 일부를 차용해서 전혀 다른 작품으로 ‘다시 쓰기’한 경우라고 그는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윤 교수는 ‘우국’이 사실적 사건 묘사에 치중하는 반편 ‘전설’은 시적인 이야기투로 진행되며 ‘우국’이 “격렬한, 동물적인 소설”인 데 반해 ‘전설’은 “잔잔한, 식물적인 소설”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표절 혐의를 받은 대목들에서) 미시마의 문장은 신경숙의 맥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오히려 둘의 차이를 현격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표절이라기보다는 ‘활용’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설’과 함께 표절 혐의를 받은 신경숙의 다른 작품 다섯편에 대해 윤 교수는 “표절 혐의가 ‘전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경미한 것이며, 여기에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고 했다. 남의 글을 출처 표시 없이 가져다 썼다가 문제가 되었던 중편 ‘딸기밭’과 관련해 윤 교수는 “(출처 표시는) 작가의 예술적 판단이나 양심에 맡길 일이지 일일이 조사하고 규정하려 드는 것은 작가의 창작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며 자유로운 상상력의 발휘를 제한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론가 박철화가 “죽은 자의 영혼인 작중 화자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세계를 굽어보”는 구조 및 생과 사를 가르는 물의 이미지 사용이라는 점을 근거로 마루야마 겐지 소설 <물의 가족> 표절로 보았던 ‘작별인사’에 대해서는 “이런 정도의 구조적 유사성과 이미지의 공통성을 표절이라고 본다면 아마도 역사상 수많은 작품들이 표절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법하다”며 선을 그었다. 역시 박철화가, 파트릭 모디아노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표절했다고 문제삼은 <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 대해서는 “그 문체나 구성 등 글쓰기 방식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루이제 린저 소설 <생의 한가운데> 문장 표절 의혹이 제기된 <엄마를 부탁해>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의 경우에는 “이것이 표절 혐의를 받는다면 표절 혐의를 받지 않을 작가는 한 명도 없을 것”이라는 말로 일축했다. 윤지관 교수는 2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전설’이 ‘우국’을 표절한 혐의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경숙을 상습 표절 작가로 낙인찍는 것은 잘못”이라며 “‘전설’의 표절 혐의 자체도 문학적 논의에 부쳐져야 할 일이지 작가의 모든 문학적 업적을 깔아뭉개는 마녀사냥 방식으로 나아가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윤 교수의 연재는 ‘문학론에서 표절을 보는 시각’ ‘문학권력론 비판’을 거쳐 ‘최종변론’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일부 차용한 다시쓰기일 뿐
표절이라기보다 문장 활용
나머지 소설 의혹도 경미해
작가 모든 업적 깔아뭉개서야” 윤지관 교수는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작가회의 누리집 게시판에 ‘문학의 법정과 비판의 윤리: 신경숙을 위한 변론’이라는 연재 글을 올려 신경숙 옹호론을 펼쳤다. 23일부터 26일까지 일곱차례 올린 이 글에서 그는 신경숙에 대한 표절 혐의가 “여론재판이라는 ‘광풍’의 성격을 띠었”으며 “신경숙은 혐의에 비해 과도한 징벌을 받았”다는 판단에서 변론에 나섰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지난 14일 ‘다산포럼’ 칼럼에서 신경숙을 옹호하는 견해를 밝힌 바 있는데, 이번 연재에서는 단편 ‘전설’을 비롯해 표절 혐의가 제기된 작품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그 혐의를 벗기고자 한다. ‘전설’과 ‘우국’의 몇몇 문장이 유사하다는 데에는 윤 교수도 동의한다. “‘전설’의 그 문단이 ‘우국’이 없었으면 그런 표현으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그는 밝혔다. 그러나 “일부 단어나 문장의 유사성만을 따져서 표절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좁은 시각으로, 문학의 자유로운 표현영역을 제한하고 언어의 학습과 그 문학적 활용의 복잡한 관계를 무시하는 결과를 빚는다”며 ‘전설’은 미시마 유키오 단편 ‘우국’ 일부를 차용해서 전혀 다른 작품으로 ‘다시 쓰기’한 경우라고 그는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윤 교수는 ‘우국’이 사실적 사건 묘사에 치중하는 반편 ‘전설’은 시적인 이야기투로 진행되며 ‘우국’이 “격렬한, 동물적인 소설”인 데 반해 ‘전설’은 “잔잔한, 식물적인 소설”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표절 혐의를 받은 대목들에서) 미시마의 문장은 신경숙의 맥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오히려 둘의 차이를 현격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표절이라기보다는 ‘활용’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설’과 함께 표절 혐의를 받은 신경숙의 다른 작품 다섯편에 대해 윤 교수는 “표절 혐의가 ‘전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경미한 것이며, 여기에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고 했다. 남의 글을 출처 표시 없이 가져다 썼다가 문제가 되었던 중편 ‘딸기밭’과 관련해 윤 교수는 “(출처 표시는) 작가의 예술적 판단이나 양심에 맡길 일이지 일일이 조사하고 규정하려 드는 것은 작가의 창작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며 자유로운 상상력의 발휘를 제한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론가 박철화가 “죽은 자의 영혼인 작중 화자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세계를 굽어보”는 구조 및 생과 사를 가르는 물의 이미지 사용이라는 점을 근거로 마루야마 겐지 소설 <물의 가족> 표절로 보았던 ‘작별인사’에 대해서는 “이런 정도의 구조적 유사성과 이미지의 공통성을 표절이라고 본다면 아마도 역사상 수많은 작품들이 표절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법하다”며 선을 그었다. 역시 박철화가, 파트릭 모디아노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표절했다고 문제삼은 <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 대해서는 “그 문체나 구성 등 글쓰기 방식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루이제 린저 소설 <생의 한가운데> 문장 표절 의혹이 제기된 <엄마를 부탁해>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의 경우에는 “이것이 표절 혐의를 받는다면 표절 혐의를 받지 않을 작가는 한 명도 없을 것”이라는 말로 일축했다. 윤지관 교수는 2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전설’이 ‘우국’을 표절한 혐의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경숙을 상습 표절 작가로 낙인찍는 것은 잘못”이라며 “‘전설’의 표절 혐의 자체도 문학적 논의에 부쳐져야 할 일이지 작가의 모든 문학적 업적을 깔아뭉개는 마녀사냥 방식으로 나아가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윤 교수의 연재는 ‘문학론에서 표절을 보는 시각’ ‘문학권력론 비판’을 거쳐 ‘최종변론’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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