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스페인 야간비행
정혜윤 지음/북노마드·1만3800원 사진이 단 한 장도 없는 여행기. 특이하다. 스페인의 여러 도시, 포르투갈의 리스본, 필리핀 보홀이 지은이 특유의 감각적 필치로 선명히 되살아난다. 오직 활자로만 되살아난 도시의 풍경들은 판에 박힌 여행 사진들과는 다른 새로운 감각과 인식을 선사한다. 라디오 프로듀서이자 북 칼럼니스트인 정혜윤 작가의 여행산문집이다. 책벌레의 여행기답게 곳곳의 장소에서 그는 위대한 작가들을 호명한다. 리스본에서 사라마구와 페소아를, 바르셀로나에선 조지 오웰을, 알람브라에서 살만 루슈디를, 보홀섬에선 스피노자를 떠올린다. 종횡무진 시공을 넘나드는 그의 사색은 의식의 무경계를 증명하듯 자유로이 유영한다. 필리핀 로복강에서 원주민의 춤사위를 보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접했던 고흐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식이다. 작가들의 다양한 텍스트들은 ‘미스 양서류’에게 보내는 서간문 형식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우연처럼 뭔가와 맞닥뜨리는 순간이 있어. ‘저걸 모르고 살았구나!’ (…) 그 한 점을 중심으로 놓고 원을 크게 크게 더 크게 그리는 것, 이것이 여행자의 기하학일 거야.” 여행자가 ‘기막힌 우연’에 대해 감춰뒀다 풀어내는 한 대목이다. 지은이는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세계를 연결해 보고 싶다”고 했다. ‘미스 양서류’의 정체는 책의 말미에 공개된다. 몹시도 낭만적인 이 책의 목차는 그대로 읽어 내려가면 곧 시가 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정혜윤 지음/북노마드·1만3800원 사진이 단 한 장도 없는 여행기. 특이하다. 스페인의 여러 도시, 포르투갈의 리스본, 필리핀 보홀이 지은이 특유의 감각적 필치로 선명히 되살아난다. 오직 활자로만 되살아난 도시의 풍경들은 판에 박힌 여행 사진들과는 다른 새로운 감각과 인식을 선사한다. 라디오 프로듀서이자 북 칼럼니스트인 정혜윤 작가의 여행산문집이다. 책벌레의 여행기답게 곳곳의 장소에서 그는 위대한 작가들을 호명한다. 리스본에서 사라마구와 페소아를, 바르셀로나에선 조지 오웰을, 알람브라에서 살만 루슈디를, 보홀섬에선 스피노자를 떠올린다. 종횡무진 시공을 넘나드는 그의 사색은 의식의 무경계를 증명하듯 자유로이 유영한다. 필리핀 로복강에서 원주민의 춤사위를 보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접했던 고흐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식이다. 작가들의 다양한 텍스트들은 ‘미스 양서류’에게 보내는 서간문 형식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우연처럼 뭔가와 맞닥뜨리는 순간이 있어. ‘저걸 모르고 살았구나!’ (…) 그 한 점을 중심으로 놓고 원을 크게 크게 더 크게 그리는 것, 이것이 여행자의 기하학일 거야.” 여행자가 ‘기막힌 우연’에 대해 감춰뒀다 풀어내는 한 대목이다. 지은이는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세계를 연결해 보고 싶다”고 했다. ‘미스 양서류’의 정체는 책의 말미에 공개된다. 몹시도 낭만적인 이 책의 목차는 그대로 읽어 내려가면 곧 시가 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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