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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그 눈물 조국통일 되면 마를까

등록 2015-08-27 20:52

잠깐독서
2000년대 재일조선인 시선집
김형규 엮음/경진출판·3만원

“우리 조선사람이예요. 그랬더니, 우리는 한국사람인데요.”(오홍심의 ‘그 한마디’ 중)

“일본국적이면 어떤가요. 그럼 환대합니다.”(정화흠의 ‘장관님에게’ 중)

이 시선집은 눈물과 분노 없이는 볼 수 없다. 못난 조국 때문이다. 1951년 일본에서 난 오홍심의 부모는 제주 출신이다. 어찌 일본에 왔겠는가. 전쟁 동원일 가능성이 높다. 그 딸의 국적은 한국도 북한도 아닌 ‘조선’이라는 관념의 나라다. 전철에서 일본말 조선말 섞어가며 떠드는데, 맞은편 아이들이 묻는다. “아줌마들은 한국 사람이예요?” 조선 사람이라고 했더니, “우린 한국사람인데요”라는 그 한 마디가 밤새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고향은 똑 같은데 어찌 조선사람, 한국사람으로 갈라야 한단 말인가…. 1923년 경남 영일에서 난 정화흠은 동생의 부고에 비자를 받으러 한국 영사관에 간다. 그런데 조선 국적은 안되고, 일본 국적이면 대환영이란다. 이런 벼락맞을 놈이 있나.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엉엉 운 그는 ‘장관님에게’라는 시로 피를 토한다. 도대체 정부는 왜 있는가. 사지로 끌려가 연고도 없이 숨져간 수많은 사람들한테,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장벽에도 통일된 나라 ‘조선’을 꿈꾸는 이들한테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언어를 잃으면 혼을 잃는다는 심정으로 쓴 재일조선인 시인 19명의 2000년대 한글시. 간결한 언어와 감성이 아프게 우리의 양심을 찌른다. 무심했구나. 너무 무심했구나.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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