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중산층+민중’ 역동 규명한 30년 연구 결산

등록 2015-09-17 19:17수정 2015-09-17 21:32

서울대 한상진 교수 중민이론 연구
1980년대 변혁주체·사회변동 규명
“SNS 세대 분석에도 통찰력 가져”
지난 1985년 ‘중민 현상’에 눈을 떠 1987년 6월 민주화항쟁을 거치며 이 개념을 발전시켜온 한상진 명예교수. 그는 “이제 ‘민’과 관련된 상상력을 ‘시민’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난 1985년 ‘중민 현상’에 눈을 떠 1987년 6월 민주화항쟁을 거치며 이 개념을 발전시켜온 한상진 명예교수. 그는 “이제 ‘민’과 관련된 상상력을 ‘시민’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서울대 한상진 명예교수의 ‘중민이론’이 30돌을 맞았다. 이 이론의 핵심 개념인 ‘중민’은 중산층의 ‘중’(中)과 민중의 ‘민’(民)을 결합해 두 정체성을 하나로 용해시킨 역동적 행위주체를 가리킨다. 중민 이론은 1970년대 이래 성장한 민중사회학을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사회변혁 주체로서 호명되었던 ‘민중’을 사회과학적으로 재구성해 한국 사회와 그 역동을 설명하는 데 실천적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아왔다.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과 한국이론사회학회,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14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중민 이론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한국과 중국의 동료·후배 학자들이 이론을 회고하고 평가하며 전망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와 함께 이달 초 전자책으로 나온 <중민 이론과 한국 사회>는 1980년대 ‘중민 노선’ 논쟁부터 21세기 탈인습적 세대논쟁까지 30여년 동안 쉼없이 이어진 중민이론 관련 논문 13편을 실었다. 이 책에서 한 교수는 ‘80년대 세대’의 경험과 그 안에 각인된 비판적 잠재력이 지금도 여전히 사장되지 않고 살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포지엄과 책의 내용을 종합해 소개한다.

■ 중민이란

‘중민’(the middling grassroots)은 중산층과 민중의 복합적인 개념이다. 인습과 권력에 순응하지 않고 합리적 사회 개혁에 참여하면서 변화를 요구하는 개혁지향적 집단을 가리킨다. 기층 민중은 아니지만 민중적 정체성을 뚜렷이 가진 ‘배운 중산층’을 일컬은 것이다.

한 교수는 ‘탈인습적 가치관’을 가장 중요한 중민의 이념형적 특징으로 꼽았다. 이는 정치적 권위주의에 대한 반대가 강하고 기층민중과 공존을 지향하며 당연시된 고정관념을 의문시하며 타당성을 검증하려는 가치관을 일컫는다. 1985년 ‘중민 현상’에 눈을 떠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이 개념을 명시적으로 쓰기 시작한 한 교수는 근대적 성격을 획득한 중산층 안의 개혁세력에 방점을 두었다. 1987년 민주화 항쟁 때 등장한 대학생 청년 세대와 넥타이 부대, 숙련기술 노동자들의 노동권익 신장 운동,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의 등장이 그런 중민의 예로 거론되었다. 30년 전 중산층은 경제성장의 수혜계층이었고, 민중은 정치적 경제적 배제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었기에 두가지 정체성을 하나로 용해한 행위주체로서 ‘중민’은 낯설고도 새로운 개념어로 받아들여졌다.

■ 세대론으로서 중민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민중만들기>(이남희) <1980년대, 변혁의 시간 전환의 기록>(유경순) 등의 예를 들어 “1980년대 사회변화 주역이었던 젊은 대학생들, ‘노학연대’로 현장에 들어간 많은 사람들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중 속으로 들어가려는 ‘나로드니키 운동’과 맥을 비슷하게 했던, 민중과 역사에 대한 부채감을 지녔던 당시 젊은이들에게는 자신이 변혁의 주체이며 긍정적으로 호명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불편했을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럼에도 그 시대의 역동성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기에 ‘중민 이론’은 충분한 의미를 가졌다고 그는 평가했다. “근대화의 시기에는 기존 인습에서 벗어난 도덕적 능력을 가진 집단이 출현하는데, 중민 이론은 그런 집단의 첫 출현을 규명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탈인습적 가치관을 가진 집단이 ‘386’이라는 특정 세대에 국한되거나 그들의 동력이 거대한 사회변혁이라는 한쪽 방향으로만 진행될 이유는 없다고 본다. 14일 심포지엄에서도 그는 “80년대 대학시절을 보낸 ‘386’ 세대나 에스엔에스(SNS) 세대를 비교하면 양쪽 모두 현저히 탈인습적 가치관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상생활에서 에스엔에스 소통혁명을 선도하며 정치·사회의 변동을 자극하는 젊은 세대의 등장에서도 ‘중민’의 특성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민 이론’이 특정 세대론을 뛰어넘어 보편적인 이론으로서 자격을 획득하는 길로 나아가며 여전히 연구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비판이론으로서 중민

같은 날 오전 세션에서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민 이론의 ‘중’ 개념이 ‘마음의 사회학’과 연결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김 교수는 2009년 <마음의 사회학>을 출간한 이래 ‘마음’ 개념을 사회학적 실천 이론의 맥락에서 구성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그는 “중민의 중은 ‘중심’, 곧 ‘마음을 한군데로 모았다’는 의미도 되는 만큼 행위자들이 소통하고 뜻을 결집시키는 공간, ‘공론장’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한 교수가 1980년대 강의실에서 만났던 뜨거운 저항적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낳아 기른 자녀들이 80년대 이후 출생해 청소년기에 외환위기를 겪고 신자유주의적으로 구조화된 사회에서 청년기를 보낸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적 근대성의 특징인 ‘생존주의적 근대성’, 곧 “생존주의를 깊이 체화한 세대”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중민이론이 낙관주의적인 정서형식으로서 ‘회복적 노스탤지어’가 아닌 지독하게 ‘성찰적인 노스탤지어’를 자신의 정서적 스탠스로 삼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비판적 이론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민 이론의 미래

이에 대한 응답격으로 한 교수는 심포지엄에서 중민 이론의 미래를 전망했다. 그는 “중민은 근대화의 결실이었고 이런 근대적 성격의 주체가 사회변동을 이끈다는 명제였다”며 “근대의 기획은 놀랍게 성공했지만 전대미문의 위험사회를 가져왔고, 우리는 시민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개념 틀로 중민 이론을 일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경제적 양극화 속에 한국의 시민사회는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깨어 있고, 중민 이론은 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80년대가 민중의 시대였다면 이제 시민의 시대”라며 “‘민’과 연관된 상상력을 ‘시민’으로 끌어내는 것이 필요한데 2017년 6월까지 실천적 함의를 날카롭게 다듬겠다”고 말했다. ‘그 시점’은 1987년 6월 항쟁 30돌이 되는 때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