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신석정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복효근 시인. 수상시집에서는 “천지사방에 길이 막혔을 때/ 하늘을 향하여 한사코 길을 내는 기도의 자세”를 노래한 시 ‘자작나무 숲의 자세’가 신석정의 시 정신과 가까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제2회 신석정문학상 수상 복효근
(사)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주관하고 한겨레신문사가 후원하는 제2회 신석정문학상 수상자로 복효근(53) 시인이 선정되었다. 신진을 대상으로 공모한 신석정촛불문학상에는 정지윤(51) 시인이 뽑혔다.
제2회 신석정문학상 심사를 맡은 신경림·강인한·이시영·나태주 시인은 지난 16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토론을 거쳐 복효근 시인의 시집 <따뜻한 외면>(실천문학사)을 신석정문학상 수상작으로, 정지윤 시인의 시 ‘샘 치과’를 신석정촛불문학상 수상작으로 각각 선정했다. 복효근 시인은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이번 수상작을 비롯해 시집 일곱권을 냈고 편운문학상 신인상과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을 받았다. 정지윤 시인은 2009년 <시에>로 등단했으며 전태일문학상 시 부문,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등을 수상했다.
신경림 시인은 복효근의 시를 “정직한 시, 건강한 서정시”라 일컬으며 “중앙 문단을 기웃거리지 않았던 신석정처럼 복효근 시인 역시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시를 쓰며 그를 통해 사람의 도리를 추구해 왔다”고 평가했다. 강인한 시인은 “등단부터 지금까지 복효근 시의 일관된 태도를 따뜻한 휴머니즘이라 할 수 있다”며 “눈부시게 수사적인 기교가 있는 건 아니지만 수수하고 담백한 가운데 서민들 마음에 와 닿는 시를 쓴다”고 말했다. 이시영 시인은 “작품성에 비해 저평가된 시인들이 있는데 복효근 시인이 대표적”이라며 “시가 쓸데없이 어려워지고 체험과 생활에서 유리되는 풍토에서, 체험의 진실성 위에 자연 관찰의 섬세함과 서정시의 품격을 유지하는 복효근의 시가 오히려 돋보인다”고 평했다. 제2회 신석정문학상 본심에서는 복효근 시집과 함께 <밀물결 오시듯>(이봉환) <중독자>(박남준) <비>(원구식)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정말 열심히 쓰는 시인들이 많은데 제가 이런 큰 상을 받아도 될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삶을 살고 또 그런 시를 쓰신 신석정 선생님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상이라 더욱 영광스럽네요.”
고향 남원 지키는 28년차 교사 시인
“이만큼 시를 누리는 삶도 큰 복”
신석정촛불상엔 정지윤 시인 22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복효근 시인은 차분한 가운데서도 솔직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또래 시인들이 상을 받고 눈길을 끄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주목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이내 포기했어요. 이만큼 시를 쓰고 누리며 사는 것만도 큰 복이라 생각했거든요.” 1962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복효근 시인은 전북대를 졸업한 뒤 1988년 교직에 투신해 28년째 학교 현장을 지키고 있다. 초기 3년 동안은 인천에서 근무했지만 1992년 전북으로 내려온 뒤 주로 고향 남원의 시골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친다. 지금 근무하는 남원시 성동면 성동중학교는 전교생 23명 ‘미니 학교’다. “아이들이 착하고 순박하며 수업 분위기도 좋다”고 이 교사 시인은 말했다. “비를 그으려 나뭇가지에 날아든 새가/ 나뭇잎 뒤에 매달려 비를 긋는 나비를 작은 나뭇잎으로만 여기고/ 나비 쪽을 외면하는/ 늦은 오후” 수상 시집의 표제작 ‘따뜻한 외면’ 전문이다. 강인한 시인이 강조한 ‘따뜻한 휴머니즘’이 떠오르는데, 복효근 시의 온기가 인간 범주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인간 아닌 모든 생명체까지 아우르는 생태주의로 확산되는 것이며, 자연친화적 근무 환경은 그런 시 세계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이룬다. “나 자신 농촌에서 어렵게 성장하면서도 늘 희망을 잃지 않으려 했다”는 복 시인은 “그런 점에서, 일제강점기 암울한 현실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신석정 선생의 시 ‘들길에 서서’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제2회 신석정문학상 시상식은 다음달 24일 오후 3시 전북 부안군 부안읍 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 신석정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0만원과 상패, 신석정촛불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상패가 주어진다. 24일과 25일 부안과 전주 일원에서는 석정 시 전국 낭송대회, 시화전, 문학 강연, 시극 공연, 촛불의 탑 향연 등으로 꾸며지는 석정문학제가 열린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신석정촛불문학상 수상자 정지윤 시인. 정지윤 시인 제공
“이만큼 시를 누리는 삶도 큰 복”
신석정촛불상엔 정지윤 시인 22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복효근 시인은 차분한 가운데서도 솔직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또래 시인들이 상을 받고 눈길을 끄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주목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이내 포기했어요. 이만큼 시를 쓰고 누리며 사는 것만도 큰 복이라 생각했거든요.” 1962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복효근 시인은 전북대를 졸업한 뒤 1988년 교직에 투신해 28년째 학교 현장을 지키고 있다. 초기 3년 동안은 인천에서 근무했지만 1992년 전북으로 내려온 뒤 주로 고향 남원의 시골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친다. 지금 근무하는 남원시 성동면 성동중학교는 전교생 23명 ‘미니 학교’다. “아이들이 착하고 순박하며 수업 분위기도 좋다”고 이 교사 시인은 말했다. “비를 그으려 나뭇가지에 날아든 새가/ 나뭇잎 뒤에 매달려 비를 긋는 나비를 작은 나뭇잎으로만 여기고/ 나비 쪽을 외면하는/ 늦은 오후” 수상 시집의 표제작 ‘따뜻한 외면’ 전문이다. 강인한 시인이 강조한 ‘따뜻한 휴머니즘’이 떠오르는데, 복효근 시의 온기가 인간 범주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인간 아닌 모든 생명체까지 아우르는 생태주의로 확산되는 것이며, 자연친화적 근무 환경은 그런 시 세계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이룬다. “나 자신 농촌에서 어렵게 성장하면서도 늘 희망을 잃지 않으려 했다”는 복 시인은 “그런 점에서, 일제강점기 암울한 현실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신석정 선생의 시 ‘들길에 서서’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제2회 신석정문학상 시상식은 다음달 24일 오후 3시 전북 부안군 부안읍 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 신석정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0만원과 상패, 신석정촛불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상패가 주어진다. 24일과 25일 부안과 전주 일원에서는 석정 시 전국 낭송대회, 시화전, 문학 강연, 시극 공연, 촛불의 탑 향연 등으로 꾸며지는 석정문학제가 열린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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