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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카페 ‘개들’과 함께한 청춘에 보내는 만가

등록 2015-09-24 20:54

잠깐독서
신촌의 개들
이상운 지음/문학동네·9500원

소설 제목인 ‘신촌의 개들’이란 신촌 대학가 허름한 골목의 카페 이름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속물 은둔 작가”로 불리는 화자가 ‘신촌의 개들’이라는 책을 내고 오랜만에 카페를 찾아 그 카페에 얽힌 일들을 돌이키는 것이 소설의 얼개. “카페 개들은 나에게 청춘의 동의어”라고 그는 말하는데, ‘개들’에서 누렸거나 견딘 청춘의 풍경은 대체로 이러하다.

“카페 개들은 하나둘 사람들이 오기 시작하는 매일 밤이면 술과 음악과 다양한 대화로 구성된 전무후무한 가설무대가 되었으며, 그 무대의 배우들로서 우리는 저마다 세상에 대한 분노와 자기과시와 엉뚱한 다짐과 허영을 내뿜으면서 밤이 깊어갈수록 점점 더 미궁으로 빠지는 듯이 보이는 각자의 터널을 통과해갔다.”

인용문에서 짐작되듯 청춘이란 순수와 미성숙이라는 두 얼굴을 지닌다. 소설 화자가 대책 없는 순수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는 어쨌든 시간이 휘두르는 파괴적 힘 앞에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는다.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카페와 함께 늙고 쇠락해 죽음을 앞둔 카페 주인은 지나간 청춘의 표상이다. “오래전에 작별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오랫동안 붙잡아두고 있는 내 청춘”이라는 말마따나 소설의 어조는 청춘 특유의 패기와 치기의 흔적을 떨치지 못한다. 작가 이상운은 연세대 국문학과를 나왔으며 2006년 <내 머릿속의 개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았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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