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육체탐구생활
김현진 지음/박하·1만3000원 육체의 기억은 날카롭다. 독창적이다. 초월적이다. 에세이스트 김현진에게 오토바이 머플러에 덴 상처는 전태일의 분신을, 멍든 옆구리는 사랑에 배신당한 낯선 남자의 발길질을, 부주의한 추행은 무기수의 조심스런 손끝을 소환한다. 자발적 도시 비정규직이 된 그는 노동의 고단함과 가난한 삶의 비루함을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는 녹즙처럼 새큼하고 달큼하게 삶을 비트는 유머와 위트가 녹아 있다. “멀쩡한 애가 왜 그러고 사냐.” 녹즙 배달하고 카페 서빙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이란다. 그는 그 한마디가 선의로 건넨 말일지언정 얼마나 폭력적인지 온몸으로 상기시킨다. 김경의 추천사처럼 그는 대단한 ‘육체파’ 칼럼니스트이기에 꽁꽁 언 낙지를 맨손으로 주물러 퉁퉁 부은 손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기륭전자 농성장을 취재하며 열흘간의 단식을 하며, 쌍용차 해고 노동자가 오른 굴뚝에 밥상을 지어 올리며 채집해낸 그 상처들은 생생하고 촘촘한 문장들로 되살아난다. ‘낭만적 낙오자’. 시대의 앙팡테리블이던 그는 스스로를 낙오자라, 하자품이라 칭한다.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의 꿈은 여전히 “이 갑갑한 한국 사회의 스트라이크 존을 1밀리미터라도 넓히는 것”이다. 단골 순대국밥집 할머니가 그에게 건넸다던 “아가, 걱정하지 말어잉”은 이제 이 ‘쎈 언니’가 독자에게 전하는 위안처럼 들린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김현진 지음/박하·1만3000원 육체의 기억은 날카롭다. 독창적이다. 초월적이다. 에세이스트 김현진에게 오토바이 머플러에 덴 상처는 전태일의 분신을, 멍든 옆구리는 사랑에 배신당한 낯선 남자의 발길질을, 부주의한 추행은 무기수의 조심스런 손끝을 소환한다. 자발적 도시 비정규직이 된 그는 노동의 고단함과 가난한 삶의 비루함을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는 녹즙처럼 새큼하고 달큼하게 삶을 비트는 유머와 위트가 녹아 있다. “멀쩡한 애가 왜 그러고 사냐.” 녹즙 배달하고 카페 서빙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이란다. 그는 그 한마디가 선의로 건넨 말일지언정 얼마나 폭력적인지 온몸으로 상기시킨다. 김경의 추천사처럼 그는 대단한 ‘육체파’ 칼럼니스트이기에 꽁꽁 언 낙지를 맨손으로 주물러 퉁퉁 부은 손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기륭전자 농성장을 취재하며 열흘간의 단식을 하며, 쌍용차 해고 노동자가 오른 굴뚝에 밥상을 지어 올리며 채집해낸 그 상처들은 생생하고 촘촘한 문장들로 되살아난다. ‘낭만적 낙오자’. 시대의 앙팡테리블이던 그는 스스로를 낙오자라, 하자품이라 칭한다.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의 꿈은 여전히 “이 갑갑한 한국 사회의 스트라이크 존을 1밀리미터라도 넓히는 것”이다. 단골 순대국밥집 할머니가 그에게 건넸다던 “아가, 걱정하지 말어잉”은 이제 이 ‘쎈 언니’가 독자에게 전하는 위안처럼 들린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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