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경 대표
[짬] ‘다른 백년’ 창립준비모임 이래경 대표
“보수반동 시대 대한민국 길 잃었다”
29일 ‘백년포럼’ 창립대회 겸 토론회 두번의 옥살이로 대학 제적 뒤 사업
‘세금·가정·기부 균등배분 원칙’ 실천
자산 70% 일촌공동체 등에 기부 예정 이 대표는 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재벌과 관벌과 예속 지식인·미디어(언론) 그룹이 결합해 비판세력을 배제하고 사회를 파편화하는 한국적 탐욕체계는 자본주의 역사에서도 유례가 드물다고 진단했다. “19세기 말 이후 발전한 유럽 복지국가체제에서 국가의 기본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 즉 복지다. 21세기 국가의 존재 이유가 바로 복지다.” 이 대표가 2007년부터 사회복지 활동가들에 대한 교육·연수 및 소외계층의 자립·자활을 돕는 시민단체인 일촌공동체를 만들고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 적극 참여해온 것도 그런 생각의 연장이요 실천이다. 다른백년은 더 엄혹해진 현실에 대응하는, 더욱 심화된 실천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외환위기(IMF 사태)를 떠안은 김대중·노무현 정권도 정부·공공기관이 신자유주의 도입과 착근에 앞장섬으로써 결과적으로 이 고질적인 기득권 체계, 탐욕 체계를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화시킨 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화 이후 군사정권 시절의 자본 통제 장치마저 해체됐다. 제대로 된 민주화라면, 그 통제 장치를 시민이 이끌어가는 시민주권사회로 발전해야 했다. 87년 6월항쟁 직후 그 결정적인 시기에 양김(김대중·김영삼)의 분열로 정권을 헌납한 것은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방어기제를 강화하도록 예방주사를 놓아준 격이 됐다.” 그는 지금 야당이 지리멸렬한 가장 큰 이유도 “기득권을 지키는 체제 내 세력으로, 개혁을 주장하지만 지난 민주정부의 아류로 자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더 이상 자본가와 지주의 재산상속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유럽에서는 생산된 부의 65~70%를 세금 등의 형태로 노동자·농민·사회에 돌려준다. 이 노동배분율에 사회이전소득 12~15%를 합한 80% 남짓이 사회로 환원되고 자본가·지주는 18~20%를 차지하는, 20 대 80 비율이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사회가 선순환할 수 있는 기본골격이다. 우리 사회 노동배분율은 56~57%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 사회이전소득을 합쳐도 60~70%다. 유럽보다 많게는 20% 정도를 더 차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세금 40%, 기타 장치 40%, 합쳐서 80%’의 부를 사회에 귀속시켜야 한다며 “그게 국가가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기타 장치 40%’를 사회투자기금 형태로 달성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재벌의 ‘혈연적 상속’을 제한하고, 기부·기증·공여 등의 ‘사회적 상속’을 확대하고 연기금의 공공성을 강화함으로써 20 대 80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이래경 복지’ 개념의 핵심인 듯하다. “아류는 안 된다. 창의적 혁신만이 돌파구다.” 두번의 옥살이와 수배 생활 끝에 제적당해 대학 졸업장을 받지 못한 이 대표는 88년부터 철도차량, 수력·지역난방, 제철, 해양 분야 대기업인 독일 포이트(VOITH)그룹의 국내 영업을 거쳐 합자회사 호이트한국 대표를 맡고 있다. 그 자신 ‘수입을 세금·가정·사회적 기부로 3등분한다’는 원칙에 따라 일촌공동체에 매년 1억여원을 기부해왔다. 이달 말로 은퇴하는 그는 38억원쯤인 총자산에서 세금 8억원을 떼고, 나머지 가처분 자산 가운데 20억원 이상을 일촌공동체 등에 기금으로 낼 작정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그는 “후안무치, 무지몽매”라며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잘라 말한다. “옛 중국 역사상 수로(운하)에 손을 대서 망하지 않은 왕조가 없었다. 검으로 일어선 자 검으로 망하고, 수로로 일어선 자 수로로 망하며, 역사로 일어선 자 역사로 망할 것이다.” 다만, 그는 “(국정 논란의) 한가지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그건 바로 ‘박정희 신화’를 깨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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