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등산로 초입에 1년 전 들어선 ‘구름정원사람들’은 한국 최초의 협동조합주택이다. 사라져 가는 마을 공동체 회복을 꿈꾸는 40~50대 여덟 가구가 모여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실험을 한다. 김재윤 건축사진가 제공
북한산 밑 ‘하얀 집’ 여덟가구
사랑방, 공용테라스, 상가까지
일본 ‘착한집’ 열곳도 만나보자
사랑방, 공용테라스, 상가까지
일본 ‘착한집’ 열곳도 만나보자
홍새라 지음/휴·1만8000원 착한 집에 살다
쓰나가루즈 지음, 장민주 옮김
휴·1만5000원 북한산 남서쪽 끄트머리 등산로 시작점인 불광사 초입에는 마을 사람들이 ‘하얀 집’이라 부르는 4층짜리 공동주택이 있다. 1년 전인 2014년 10월 말 준공한 한국 첫 협동조합주택 ‘구름정원사람들’이다. 주택협동조합에 든 여덟 가구 주민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직접 참여해 지은 집인데, 집 앞을 지나가는 북한산 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에서 이름을 따왔다. <협동조합으로 집짓기>는 이 집 주민인 작가 홍새라씨가 조합 들기에서부터 땅 사들이기, 설계, 집 짓기를 거쳐 완성된 집에 들어가 살기까지 과정을 쓴 책이다. 30년 가까이 살면서 정도 들었던 인천을 떠나 낯선 동네로 오기로 한 것은 삭막한 아파트 살이에 지쳤기 때문이었다. 산이 가깝고 텃밭을 일굴 수 있으며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골 고향집 같은 곳을 꿈꾸던 중 협동조합주택 이야기를 듣고 ‘바로 이거다’ 싶었다. “여덟 가구가 모여서 이전에 살던 것과는 다른 의미의 집을 지었다. 나는 이 집에 어릴 적 큰 사랑방처럼 우리 모두 모일 수 있고 지인들도 불러 모임을 할 수 있는 ‘사랑방’이 있는 것, 각 층마다 안마당 같은 공용 테라스를 둔 것, 집과 집 사이의 계단과 계단참이 널찍하고 밝은 것, 건물 출입구 앞으로 동네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넓은 통로를 만들어 놓은 것, 작긴 하지만 공동 세탁실이 있는 게 참 좋다.” 대지 면적 511㎡(약 155평)에 지하와 1층은 상가 및 출입구로 쓰고 2·3·4층에 여덟 가구가 나눠 들어가다 보니 세대별 전용면적은 60㎡(약 18평)로 그닥 넓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웬만한 전셋값에도 못 미치는 2억2천만원으로 제 집을 마련하고 여기에 1억을 보태면 전체 면적 198㎡(약 60평)인 상가 수익에 대한 공동 권리도 챙길 수 있어서 매력적이었다. 동쪽으로는 북한산 봉우리들을 면하고 골목 건너 북쪽으로는 솔숲이 펼쳐진 자리라서 입주민들은 모두 산과 솔숲 쪽 전망을 바랐다. 건축가는 가능한 한 모두에게 공평하게 전망이 돌아가도록 설계에서부터 신경을 썼다. 복층집 3개와 단층집 5개로 이루어졌는데 내부 구조도 다 다르다. 세대별 전용면적이 작은 대신 널찍한 사랑방과 공용 테라스, 공동 세탁실, 공동 보일러실, 지하 창고 같은 공용 공간이 있고 세대별로도 다락방과 미끄럼문, 발코니 등을 두어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아파트와 달리 나무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땅도 가깝고, 사람들 사는 소리도 나고, 새소리·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집에 적응도 되고 살림이 정돈되니 복층집이 꽤 매력 있었다. 아래위층이 독립적이어서 한집인데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사 와서 제일 좋은 것은 먹을 것을 나눈다는 것이다. 전에는 시골에서 야채를 가져오면 미처 다 먹지 못해 썩히거나 버렸다. 그런데 지금은 복도에 내놓고 밴드에 알리면 각 집에서 필요한 것들을 가져간다.” 책 뒤에 붙은 미니 인터뷰에서 입주민들은 하나같이 만족감을 표한다. 그러나 같은 조합원으로 처음 얼굴을 마주해서부터 집을 지어 들어가기까지, 아니 입주한 뒤에도 구름정원 사람들 사이에는 갈등과 대립과 오해가 없지 않았다. 대사가 많이 포함된 지은이의 서술을 좇다 보면 토론을 통해 문제를 풀고 위기를 넘기며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란히 나온 <착한 집에 살다>는 일본 여성 건축가 네 사람이 모여 만든 모임 ‘쓰나가루즈’(연결된 사람들)가 고른 일본의 ‘착한 집’ 열 곳을 소개한다. 도쿄 도심 한가운데 불과 16평 반 부지 위에 7층으로 올린 건축가의 집은 복사냉난방에 지열을 이용하고 외벽은 흙과 석회를 섞어 빗질로 마무리했다. “일본 초고층 빌딩의 여명기를 이끈” 80대 건축가가 규슈 바닷가에 지은 집은 이엉 지붕과 삼나무 마루, 소나무 들보, 회반죽 벽 등 규슈에서 얻을 수 있는 것으로만 재료를 삼았다. 이밖에도 부부가 20년 계획으로 직접 짓는 집 ‘낙일장’, 어른 22명과 아이 8명이 함께 사는 ‘콜렉티브 하우스’, 나무와 볏짚더미, 흙만 사용한 ‘흙으로 돌아가는 집’ 등 “나무와 흙, 물과 바람, 이웃과 이웃이 함께 살아가는” 집 10채 이야기가 영감을 북돋는다. 획일성과 투자가치에 치여 실종된 ‘진짜 집’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책들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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