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시장 등에 난립한 소규모 섬유제조업체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들은 ‘다락방’이라고 불리는 좁은 공간에서 일해야 했다. 사진은 1960년대 다락방의 모습. 도서출판 <이매진> 제공.
‘그녀들의 역사-여공 1970’ 김원 교수 펴내
노동자 전태일이 한국 사회의 현실에 눈을 뜬 것은 ‘자기 연민’ 때문이 아니었다. 평화시장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어린 여공들이 그를 일깨웠다. 흔히 공순이라 불렸던 이들은 공장에서는 시다였고, 가정에서는 식모였으며, 거리에서는 버스차장이거나 때로 기지촌 여성이었다. ‘공순이’란 말에는 이미 젠더(사회적 성)·계급·나이의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형성된 강한 멸시가 담겨 있었다. 당대 사회 최하층을 이루고 있었던 이들은 지금까지도 여성 또는 계급으로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전태일이 느낀 ‘사회적 연민’은 여전히 더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 한 젊은 학자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김원 서강대 연구교수가 <그녀들의 역사-여공 1970>(이매진)을 펴낸 것이다. 이 책은 산업화시기인 1970년대 여성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다. 굳이 ‘이야기’라 표현한 것은 그 서술 방식의 특이함 때문이다. 학위논문을 기초로 삼았으면서도 기왕의 학술서적 형식을 탈피했다. ‘여공’에 주목하게 된 개인사적 배경을 담은 장문의 프롤로그부터 특징적이다. 크게 보면 정치·경제적 거시분석과 여공 개인의 삶에 밀착한 일상사적 미시분석이 수시로 교차한다. 식모를 둘러싼 한국 사회 구조를 들여다보면서 김기영의 영화 <하녀>를 불러들이거나, 여공들이 즐겨 불렀던 민중가요와 대중가요를 함께 분석하는 식이다.
그녀들의 반역사-여공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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