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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웨이는 농부형, 김주영은 뱃사람형”

등록 2015-11-04 20:18수정 2015-11-04 21:10

4일 경북 청송 객주문학관에서 한국과 중국 문인들이 한국 소설가 김주영과 중국 소설가 장웨이의 작품을 대상으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 최재봉 기자
4일 경북 청송 객주문학관에서 한국과 중국 문인들이 한국 소설가 김주영과 중국 소설가 장웨이의 작품을 대상으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 최재봉 기자
한중 대표작가 상호 집중 토론회
한국과 중국 문인들이 두 나라 작가 한 사람씩을 집중 조명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4일 경북 청송 객주문학관에서 열린 ‘한·중 대표작가 상호 집중 토론회’에는 한국과 중국 문인 10여명이 참가해 한국 소설가 김주영과 중국 소설가 장웨이(산둥성 작가협회 주석)의 작품을 대상으로 깊은 토론을 벌였다. 김주영의 소설 중에서는 중국어로 번역 출간된 <홍어>와 <멸치>가 주로 거론되었고, 장웨이의 작품으로는 수필집 <제나라는 어디로 사라졌을까>(원제 ‘방심사화’)와 절판된 장편소설 <새벽강은 아침을 기다린다>(원제 ‘고선’), 그리고 번역 출간 예정인 중단편소설선집이 토론 대상이 되었다. 오전에는 평론가 김주연·오생근·홍정선과 소설가 박상우, 중문학자 겸 번역가 임명신이 장웨이의 소설 세계에 대해, 중국 평론가 천샤오밍·장신잉·롼메이젠·루메이와 장웨이가 김주영 소설 세계에 대해 발표와 토론을 벌였고, 오후에는 두 나라 문인들이 자유 토론을 이어 갔다.

청송 객주문학관서 10여명 참가
김주영·장웨이 작품세계 깊은 토론

“장웨이 낭만주의는 자유·해방 지향
한국 독자들 다시 읽어야 할 때다”
“김주영 주인공 고난 겪지만 밝은 전망
깨알 육필원고 ‘멸치’ 정교함 연상”

천샤오밍 베이징대 교수는 “장웨이는 중국 현대문학에서 현실주의에 밀려 끊어지다시피 한 낭만주의 전통을 되살려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작가”라며 “39권 분량 대하소설 <당신이 고원에 있다>는 인문지리학적 배경과 깊은 역사 및 인간 이해 등으로 작가의 정신적 경지를 보여준 대표작”이라고 소개했다. 홍정선 인하대 교수도 “<고선>이 번역 출간된 1994년 무렵은 한국에서 리얼리즘과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었던 분위기 때문에 작품의 중요성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며 “한국 독자들은 이제 비로소 장웨이를 발견하고 다시 읽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오생근 서울대 명예교수는 “장웨이의 중단편은 다양한 삶을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되 조금도 인위적이지는 않고 자연스럽게 소설화했다”며 “그런 점에서 삶의 체험이 부족한 가운데 억지로 만든 듯한 작품이 넘쳐나는 한국 소설의 현실을 반성적으로 돌아보게 한다”고 평가했다. 또 오 교수는 “농부형 이야기꾼과 뱃사람형 이야기꾼으로 나눈 발터 베냐민의 분류법에 따르자면 장웨이가 농부형 그러니까 정착형이라면 김주영은 뱃사람형 그러니까 유랑형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설가 박상우는 “내가 읽은 다른 중국 작가들이 주로 둔중한 만연체 문장을 구사하는 데 비해 장웨이의 소설은 짧고 경쾌한 문장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장웨이의 중단편 20편을 번역해 출간을 앞두고 있는 번역가 임명신은 “장웨이 소설의 주제의식, 시대 인식, 서사력, 문체, 인물 형상화, 인문학적 문제의식 등에 흠뻑 매료돼 번역을 마쳤다”며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장웨이의 낭만주의는 애상적이며 유약한 낭만주의가 아니라 자유와 해방을 지향하는 혁명적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샤오밍 교수는 “김주영의 <멸치>는 엄마와 아들과 외삼촌이라는 간결한 인물 구도로 잘 짜인 작품인데 특히 외삼촌이라는 긍정적이며 친밀한 인간 묘사가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롼메이젠 푸단대 교수는 “김주영 소설은 낭만주의 또는 이상주의적 색채를 보인다는 점에서 장웨이 소설과도 유사하다”며 “주인공들은 현실에서 많은 고난을 겪지만 결국은 밝은 전망을 이끌어 낸다”고 평가했다. 장신잉 푸단대 교수는 “객주문학관에 전시된 김주영 선생의 육필 원고를 보니 글씨가 깨알같이 작아서 놀랐다”며 “웅장한 체구나 호탕한 술자리와 대비되는 작은 글씨는 <멸치>의 정교한 이야기 세계를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김주영·홍정선·박상우 등 한국 문인들은 2007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두 나라 문인들이 서로의 작품을 교차 낭독하고 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한·중 작가회의를 열어 왔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 창수(常熟) 혁명역사기념관에서 소설가 옌롄커 등 중국 문인 10여명과 한국 문인 6명이 참가한 가운데 ‘김주영 작품 연토회(硏討會)’가 열렸으며 그 토론회가 이날 청송 행사로 이어졌다.

청송/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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