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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수다쟁이 고구마랑 역사의 바다로 가볼까

등록 2015-11-19 20:31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제공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제공
역사의 나들목 여기는 항구
조성은 지음, 송진욱 그림
책과함께어린이·1만1000원

“지금도 생생한 1763년 10월 어느 날 밤에 나는 조선 땅 부산 항구에 도착했어. (…) 내가 조선에 뿌리를 내린 지 60년쯤 지나서였어. 그 녀석은 두만강을 건너서 왔어. (…) 우리 둘은 세상을 여행하는 운명을 타고난 식물이었던 거야.” 아메리카 태생인 나, 고구마는 전세계를 돌고 일본 쓰시마 섬에서 배를 타고 부산 항구에 다다른 모험가답게 맛깔나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국 식물에 달린 달콤한 매력덩어리는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감자와 함께 조선땅에도 뿌리를 내리게 됐다는둥, 수다스럽다.

고구마는 부산항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는 스토리텔러. 고구마는 부산에서 목도한 한국전쟁 피난민 얘기도 펼치고, 다 못다한 얘기라며 조선 인삼을 거래하던 시장 왜관에 대한 지식정보도 덧붙인다. 이 책은 사람과 문물이 드나들던 항구 6곳의 공간을 중심에 놓고 역사를 불러온다. 화자는 항구의 역사를 온몸에 새긴 그 무엇이다. 가야 바닷가로 거슬러오르는 김해 항구에서는 김해식 토기가, 신라에 들어온 이방인을 만날 수 있는 울산 항구에서는 처용 부적이, 고려청자의 고장 강진 항구에서는 청자 기린형뚜껑향로가, 일제시대 쌀이 반출된 군산 항구에서는 꼼꼼한 관찰자 군산세관 건물이, 인천 항구에서는 나라 이름이 세 번이나 바뀐 100년을 지켜본 팔미도 등대가 말을 걸어온다. 연대기식 서술에서 학습자 신세인 독자일지라도, 이 책에선 바다 냄새나는 항구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개성만점 유물들의 역사 수다를 듣고 있노라면, 그때의 역사의 현장에 서 있는 듯하다. 역사탐방의 동반자로 가방에 챙겨넣어도 좋겠다. 초등 4~6학년.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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