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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 읽은 독자들, 나를 ‘좌빨’로 볼지아니면 ‘일베’로 볼지 궁금하네요”

등록 2015-11-23 20:50

작가 장강명. 사진 강건모 제공
작가 장강명. 사진 강건모 제공
새 소설 ‘댓글부대’ 낸 장강명

지난 대선 댓글조작 사건 다뤄
“사악한 상상력 최대한 발휘…
여론조작의 위험성 그렸다”
2012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댓글부대’를 다룬 소설이 나왔다. 장편 <표백>으로 2011년 제16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작가 장강명의 소설 <댓글부대>(은행나무)는 2012년 대통령선거 이후 진보적인 인터넷 사이트에 잠입해 악성 댓글을 달면서 여론을 조작하고 해당 사이트를 무력화시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 주인공인 20대 젊은이 셋은 2008년 광우병 시위 당시 유모차 부대를 꾸렸던 여성 전용 인터넷 코뮤니티 등을 대상으로 댓글 작전을 펼쳐 자중지란을 유도하는가 하면, “386 씹는 문화를 십대들 사이에 일으킬”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돈과 권력을 지닌 이들이 이 젊은이들을 후원한다. 이들의 배후로 그려진 ‘회장’이라는 노인은 자신이 인터넷 여론 조작의 필요성을 절감한 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광우병 시위를 보면서 정신을 차렸지. (…) 신문 챙겨 읽고 서점에 가서 요즘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를 다 사 왔어. 인터넷 게시판들을 보고 노래를 듣고 영화를 봤어. 눈앞이 깜깜했어. 천만 명이 넘게 봤다는 영화 중에 밝은 내용의 영화가 하나도 없더군. 대한민국을 살기 괜찮은 곳으로 그리는 영화도 한 편도 없어. (…) 이러다 나라가 망하겠구나 싶더라. 그래서 나는 다시 나설 수밖에 없었던 거야.”

작가는 대통령선거 직전인 2012년 12월에 낸 연작소설집 <뤼미에르 피플>(한겨레출판)에 실린 단편 ‘삶어녀 죽이기’에서도 인터넷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 이야기를 다룬 바 있다. 그 작품 주인공들인 ‘삼궁’ ‘찻탓캇’ ‘01査(사)10’이 <댓글부대>에서도 다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삶어녀 죽이기’를 쓰면서도 이 이야기를 더 확장해서 장편으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 사건이 터졌죠. 투표할 때까지만 해도 사실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사실로 밝혀지데요. 그게 사실이라는 것도 충격이었고, 그 수준이 너무 허접한 것에도 놀랐어요. 기왕 한다면 더 정교하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싶었죠. 그때 장편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굳혔어요.”

전화로 만난 작가의 말처럼 <댓글부대>의 주인공들이 펼치는 ‘작전’은 실제의 국정원 댓글 사건에 비해 한층 교묘하고 세련되게 그려진다. ‘정치적 올바름’을 중시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회원의 작은 말실수를 물고 늘어진 끝에 자중지란을 빚거나, 여성 전용 코뮤니티의 회원 전용 게시판 글을 퍼내 일베 사이트에 올려서 파란을 일으키는가 하면, 진보 성향 일간지와 댓글부대 관련 허위 인터뷰를 함으로써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식이다.

“인터넷 여론이란 게 매우 취약해서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약간의 노력으로도 조작이 가능합니다. 이 소설은 실제 사례들을 참조하기도 했지만 제 나름대로 사악한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여론 조작의 위험성을 그려 본 작품이에요.”

그는 <댓글부대>가 “누가 읽어도 기분 나쁘고 불쾌한 소설일 것”이라면서 “책을 읽은 독자들이 작가인 나를 ‘좌빨’로 볼지 ‘일베’로 볼지, 아니면 둘 다로 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독자가 책을 읽고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면 ‘왜 불편할까, 이 불편함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지금 인터넷 여론 시장은 자동차와 도로는 있는데 도로교통법이 없는 상태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제가 이번 책을 쓴 것도, 여론 조작과 관련해 이런 사악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소설로 경고해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댓글부대>는 올해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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