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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인지 아무거도 없따, 곱게 잘 가는게 꿈이다”

등록 2015-11-27 15:29수정 2015-11-27 15:37

칠곡의 ‘시인 할매들’ 생애 첫 시집 출간
타짜이자 스토리텔러이자 로맨티스트
경상북도 칠곡에는 ‘시인 할매’들이 산다.

“논에 들에/ 할 일도 많은데/ 공부시간이라고/ 일도 놓고/헛둥지둥 왔는데/ 시를 쓰라 하네/ 시가 뭐고/ 나는 시금치씨/ 배추씨만 아는데” (소화자 지음 ‘시가 뭐고’)

“인지 아무거도 없따/묵고 시픈 거 또 없 또/하고 시픈 거도 업다/갈 때 대가 곱게/잘 가는게 꿈이다” (박금분 지음 ‘가는꿈’)

경상북도 칠곡에는 ‘시인 할매’들이 산다. 경북 칠곡군에 사는 70~90대 할머니 84명이 지난달 26일 시집 <시가 뭐고?>(강금연 외ㆍ삶창)를 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시집은 할머니들이 2012년부터 칠곡군교육문화회관에서 진행하는 인문학사업에 참여해 배우고 익힌 한글로 쓴 시로 엮었다.

27일 칠곡군교육문화회관 설명을 들어보면, 할머니들은 대부분 생애 처음으로 시를 썼다. 시집에 담긴 89편의 작품은 할머니들의 구체적인 삶과 시간이 담겨있다. 시집은 틀린 맞춤법과 사투리를 고치지 않은 원문을 그대로 실어 더욱 푸근하게 다가온다.

할머니들은 시에서 자신이 살아온 역사를 돌아보기도 하고 영감(남편)님과 자식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또 다른 할매 시인은 세상 문제에도 눈과 귀를 기울였다.

“이 봄에 생각 나네/우리 영감 생각 나네” (홍복남 지음 ‘우리 영감’)

“감자 오키로 심어서/백키로 캐고/느무 조와/아들 딸 주고/느무 절거워” (김옥교 지음 ‘감자오키로’)

“세월호 참사 학부모님에게 어떻게 위로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박차란 지음 ‘세월호’)

칠곡 할매들 시집 <시가 뭐고?>를 기획한 신동호 인문사회연구소 소장은 “내가 마을에서 만난 할매들은 ‘경로당 화투 치냐’며 면박을 주는 타짜이고, TV 드라마를 끊임없이 삶의 경험들과 직조하는 스토리텔러이고, ‘먼저 간 영감이 못 알아볼까 봐 들고 갈라고’ 혼인서약지를 보관한다는 로맨티스트이며, ‘찬바람 고들고들할 때 볕에 날라리날라리’ 무말랭이를 말린다는 이야기꾼이었다”며 “할매들의 뼈에 새겨진 이야기 속에는 몸에 마음에 깃든 무늬, 삶의 주름의 거처가 생생하고, 이웃과 마을과 지역이 한 몸에 들어앉아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시집은 현재 인터넷 서점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할머니들의 시 육필 원고 칠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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