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청년 여정남과 박정희 시대
-여정남 평전
여정남평전편집위원회 기획, 정운현 지음
다락방·2만원 올해는 이른바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여정남을 비롯한 8명이 대법원 판결 뒤 하루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40년이 되는 해다. 박정희 정권은 1974년 유신에 반발한 전국적 규모의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 투쟁에 대해 ‘용공’ 혐의를 씌우고, 잔혹한 고문과 허위 자백을 통해 만들어낸 ‘인혁당 재건위’가 그 배후 조종을 했다고 몰았다. 당시 군법회의 검찰부가 작성한 그림을 보면, 민청학련과 인혁당 재건위 사이에 여정남이 ‘배후조종’ 구실을 했다고 제시하고 있다. 1944년 대구에서 태어난 여정남은 당시 대구지역 학생운동의 선봉장으로 꼽혔으며, 서울지역 학생운동 진영 등과 함께 학원가에서 전국적 차원의 반유신투쟁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사법 살인’을 당했을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31살이었다. 언론인 정운현씨가 집필을 맡은 <청년 여정남과 박정희 시대>는 유가족과 관계자들을 두루 인터뷰해 여정남의 생애를 조명한 평전이자, 박정희 정권 시절 최대 공안사건이었던 ‘민청학련 사건’과 ‘제1·2차 인혁당 사건’의 전모를 꼼꼼히 밝힌 보기 드문 취재 기록이다. 인혁당 재건위로 몰렸던 여정남과 함께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서도원, 도예종 등은 오랫동안 민족민주 운동을 해온 대구지역 ‘혁신계’의 맥을 잇는 대표적인 인물들이었다. 여정남은 이들과 깊은 유대관계에 있었는데, 박정희 정권은 오히려 이 관계를 대구지역 혁신계를 파괴하는 데 이용했던 것이다. 지은이는 인혁당 사건 관련자 25명 가운데 20명이 대구 등 영남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박정희 정권은 결국 자신의 정권 안정을 위해 인혁계 지도자들을 극단적이고도 잔인한 방법으로 제거하는 길을 택했다. 영남지역 비판세력의 지도부를 파괴하는 동시에 전국 민주세력들에게 본때를 보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렸다”고 평가했다. 또 이들이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벌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의 ‘통일열사’보다는 ‘민주열사’로 추모해야 할 필요성을 지적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여정남 평전
여정남평전편집위원회 기획, 정운현 지음
다락방·2만원 올해는 이른바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여정남을 비롯한 8명이 대법원 판결 뒤 하루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40년이 되는 해다. 박정희 정권은 1974년 유신에 반발한 전국적 규모의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 투쟁에 대해 ‘용공’ 혐의를 씌우고, 잔혹한 고문과 허위 자백을 통해 만들어낸 ‘인혁당 재건위’가 그 배후 조종을 했다고 몰았다. 당시 군법회의 검찰부가 작성한 그림을 보면, 민청학련과 인혁당 재건위 사이에 여정남이 ‘배후조종’ 구실을 했다고 제시하고 있다. 1944년 대구에서 태어난 여정남은 당시 대구지역 학생운동의 선봉장으로 꼽혔으며, 서울지역 학생운동 진영 등과 함께 학원가에서 전국적 차원의 반유신투쟁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사법 살인’을 당했을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31살이었다. 언론인 정운현씨가 집필을 맡은 <청년 여정남과 박정희 시대>는 유가족과 관계자들을 두루 인터뷰해 여정남의 생애를 조명한 평전이자, 박정희 정권 시절 최대 공안사건이었던 ‘민청학련 사건’과 ‘제1·2차 인혁당 사건’의 전모를 꼼꼼히 밝힌 보기 드문 취재 기록이다. 인혁당 재건위로 몰렸던 여정남과 함께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서도원, 도예종 등은 오랫동안 민족민주 운동을 해온 대구지역 ‘혁신계’의 맥을 잇는 대표적인 인물들이었다. 여정남은 이들과 깊은 유대관계에 있었는데, 박정희 정권은 오히려 이 관계를 대구지역 혁신계를 파괴하는 데 이용했던 것이다. 지은이는 인혁당 사건 관련자 25명 가운데 20명이 대구 등 영남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박정희 정권은 결국 자신의 정권 안정을 위해 인혁계 지도자들을 극단적이고도 잔인한 방법으로 제거하는 길을 택했다. 영남지역 비판세력의 지도부를 파괴하는 동시에 전국 민주세력들에게 본때를 보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렸다”고 평가했다. 또 이들이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벌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의 ‘통일열사’보다는 ‘민주열사’로 추모해야 할 필요성을 지적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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