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디스크나 협착증이란 병은 없다

등록 2015-12-31 20:23

잠깐독서
디스크 권하는 사회
황윤권 지음/에이미팩토리·1만5000원

‘악!’

허리 삐긋한 순간 누구나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디스크면 어쩌나?” “수술해야 하나?” 온갖 근심이 밀려온다. 중추신경인 척수와 그곳에서 갈라진 신경다발이 몰려 있어 공포감은 더욱 커진다. 그런데 허리 통증이 디스크나 척추신경과 전혀 관련이 없다면….

정형외과 전문의인 지은이는 디스크(요추디스크탈출증)나 협착증(척추관협착증)은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질병이라고 주장한다. 디스크는 물렁물렁해 신경을 밀어 비켜갈 수 있게는 하지만 심하게 눌러대지는 않는다. 척추관의 신경다발도 외벽과 내부의 완충물질로 자극을 최소화한다. 그런데 왜 의사들은 엠아르아이나 시티 촬영 사진을 보여주면서 “디스크가 불거져 나왔다”며 수술까지 권할까. 지은이는 ‘허리=디스크’라는 관념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타성과 의료 상업화를 지목한다. 파열, 탈출 등의 용어는 환자를 주눅들게 한다. “디스크 수술을 할 때 보면 환자의 신경은 눌리지 않고 통통한 관다발 그대로”라고 한 대목은 통렬한 내부자 고발이다.

그렇다면 허리나 엉덩이, 다리 통증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지은이는 신경이나 뼈, 내부 장기보다는 근육이 문제라고 말한다. 근육은 늘어나고 줄어들어야 하는데, 나이가 들거나 오랫동안 긴장하면 부드러움이 사라진다. 딱딱해지면 근육 속이나 사이로 다니는 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통증이 사라질 경우, 그것은 전신 마취 때 투여하는 강력한 근육이완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몸의 다른 부분이 아파 전신마취를 했던 환자가 디스크의 고통에서 해소됐다는 증언도 많이 나온다.

디스크가 아예 없다면 완충재를 끼우는 외과적 수술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뤄지는 대부분의 디스크 수술은 원인을 잘못 짚은 칼대기다. 노화도 질병이라며 치료와 예방을 권하는 의료과잉의 시대. 디스크 변형은 이마의 주름처럼 자연스런 일인데, 사람들은 돈 들고 병원가면 다 해준다는 의존적 존재가 됐다. 하지만 병원이 당신을 망칠 수 있다. 내 몸의 주체성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