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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장 대 국가 이분법 탈피하자

등록 2005-10-18 18:21수정 2005-10-18 18:21

최배근 교수 ‘헌법 119조’ 다시보기
시장자유주의자들에게 헌법 119조 2항은 눈엣가시다.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어떤 이들에게 이 헌법 조항은 기업의 재산권을 해치는 원흉이다. 삼성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한 바탕에도 이런 인식이 깔려 있다. 국가의 시장개입 여지를 원천적으로 틀어막자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시장 실패에 대한 정부 역할 규정
시장질서 유치 위한 최소지점
‘네트워크 경제’ 로 이동
경직된 시장경제 틀 넘어서야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가 보기에 이런 시도는 “경제이론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일뿐만 아니라 “시장과 국가의 이분법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에 기인한 것”이다. 최 교수는 이런 내용의 짧은 논문을 19일 오후 2시 서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당에서 발표한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이 주최하는 ‘헌법다시보기’ 연속 심포지엄 여섯번째 자리다. ‘경제헌법 119조, 오늘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주제로 삼았다.

미리 나눠준 발표문에서 최 교수는 “시장이 부재한 영역, 시장이 실패한 영역 등에 대한 정부 역할의 필요성을 규정한 119조 2항은 시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일반적인 비판이다. 그러나 최 교수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그는 ‘경제의 포스트모던화’를 통해 시장경제 패러다임이 쇠퇴하고 ‘네트워크 경제’ 패러다임이 급부상했다고 분석한다.

최 교수는 정보·지식 기반의 경제가 (전통적인) 시장경제의 원리와 충돌하는 최근 상황을 짚었다. 희소성의 원리, 한계효용의 원리 등은 더이상 보편적·일반적인 경제법칙이 아니다.

정보·지식 재화는 집합적·집단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된다. 시장경제원리에서 ‘공유’는 시장의 효율을 저해하지만, 포스트모던 경제에서는 오히려 효율을 극대화시킨다. 최 교수는 “생산의 중심이 유형의 생산요소에서 무형의 생산요소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식기반 경제 체제는 시장경제의 원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네트워크 경제’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 개념을 통해 최 교수는 “시장 대 국가의 이분법을 벗어난 네트워크 경제 시대에 배타적 사유재산권만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일갈한다. 오히려 지금은 “경쟁과 사유재산권을 절대화·우상화하는 경직된 시장경제의 틀을 넘어서기 위한 법체계의 혁신이 필요”한 때다. 헌법의 경제조항에 “다양성·다중성·관계 등을 중시하는 법이론을 담자”는 게 최 교수의 제안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선 송호창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부소장이 삼성의 위헌소송을 둘러싼 쟁점을 짚고, 이영면 동국대 교수,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 윤종훈 회계사 등이 토론에 나선다.(02)921-4709.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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