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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잔치 끝난 부자 나라의 민낯

등록 2016-01-07 20:19

잠깐독서
미국, 파티는 끝났다
조지 패커 지음, 박병화 옮김
글항아리·2만8000원

개인의 발자취는 때로 그 자체로 시대를 드러내지만, 여러 개인의 발자취들을 엮으면 시대를 보는 또 다른 관점이 만들어진다. 미국 저널리스트 피터 패커가 쓴 <미국, 파티는 끝났다>는 1978년부터 2012년까지 지난 40여년 동안 저마다 다른 여러 개인들의 발자취들을 통해 미국 역사의 한 단락을 드러내 보여주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특별하게 해주는 것은 독특한 형식과 서술이다. 지은이는 인터뷰와 취재를 통해 확보한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콜라주’처럼 제시한다. 주된 인물은 세 명인데, 흑인·미혼모·공장 노동자인 태미 토머스, 자신만의 집을 짓고 싶은 꿈을 가진 바이오연료 사업가 딘 프라이스, 큰 뜻을 품고 워싱턴 정계에 발을 디뎠다가 좌절을 경험하는 제프 코너턴 등이다. 이들은 늘 비정한 현실에 부딪혀 좌절을 경험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로 삶을 이어나간다.

시대의 모습을 대변하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이 세 사람의 삶의 궤적 사이사이에 배치된다. 극우 정치인인 뉴트 깅리치의 발자취를 통해 워싱턴 정계의 뒤틀린 모습을 보여주고, 미국의 대표 단편소설 작가인 레이먼드 카버의 일생을 통해 그의 작품에 드러난 무기력인 현대 미국인의 모습을 조명하는 식이다. 오프라 윈프리의 성공담에서는 윈프리가 성공의 대가로 누리는 사치스러운 삶과 그 쇼를 즐기는 하위 중산층 여성들의 삶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인물뿐 아니라 장소도 주인공이다. 실리콘밸리의 신화와 이면,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다가 군중들에게 점령당한 월스트리트의 모습 등이 다양하게 제시된다.

지은이는 자신이 기록하려 한 시기를 “고삐가 풀린 시기”라고 규정하며, “고삐가 풀리면 세상에서 허용하는 것 이상으로 자유가 흘러넘치고 사람들은 제멋대로 군다”고 꼬집는다. 그리고 “모든 것이 변하는 시기에 남는 것은 목소리밖에 없다”며, 그 목소리들을 그대로 담고 싶었다는 의도를 드러낸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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