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장석남. <한겨레> 자료사진
장석남 지음/난다·8000원 물의 정거장
장석남 지음/난다·1만원 시인 장석남의 산문집 두권이 나란히 나왔다. <시의 정거장>은 시 감상 글을 엮은 책이고 <물의 정거장>은 2000년에 냈던 같은 이름 산문집에 새 글을 보태 다시 낸 것이다. <시의 정거장> 발간에 얽힌 사연이 곱씹을 만하다. 언제부턴가 다른 이들의 시에 짧은 감상문을 곁들인 ‘시 해설서’가 유행이다시피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번 책에는 시 원문은 없고 장석남 시인이 그 시들을 읽고 쓴 글 129편만 실렸다. 애초 장 시인이 쓴 시 감상문은 300편이 넘었다는데, 원문이 없이도 독립적인 산문처럼 읽을 수 있는 글들만 추렸다고 했다. 여기에는 또한 경제적인 까닭이 없지 않다. 현행 저작권법상 시를 전재하기 위해서는 시인과 출판사에 6만원과 3만원씩 모두 9만원을 내야 한다. 129편이라면 1161만원. 출판사로서는 부담 되지 않을 수 없다. “울음은 혼자 우는 것이 진짜야. 울음은 호젓한 데에 가서 참는 울음이 진짜야. 울고 나면 조금은 성스러운 사람이 되어서, 울음 쏟아져나간 만큼의 품이 새로 생겨서 안에 들일 수 없던 것들도 안아들이지. 울고 나면 용서할 수 있지. 울음은 작은 들꽃들 곁 울음이 진짜야. 그것들이 같이해주거든.” “이름 없는 들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별 경치도 볼 것 없는/ 그곳으로 나가/ 나는 풀빛 울음을 혼자 울 거야”로 시작하는 박재삼의 시 ‘들풀 옆에서’에 붙인 장석남 시인의 글이다. 선배 시인 시를 빼어나게 설명할 뿐만 아니라, 이 짧은 글 자체가 독립적인 산문시로 읽히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천양희 시인의 시 ‘물음’을 다룬 글에서는 시를 쓰는 이의 고통스러운 자부심이 보인다. “시를 쓰는 일이 불행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삶이 버거울 때 희망을 노래하기는 어렵다. 이웃이 아프고 산천이 아프고 내가 아플 때 희망을 노래하기는 힘겨운 일이다. 시는 질투가 아닌 사랑이니까.” <물의 정거장>에서 2000년 이후 새로 쓴 글들은 앞부분에 모았다. 서울 땅에 무려(!) 마당 지닌 집을 마련한 그가 그 마당에 정자를 들이고 봄꽃과 달빛과 술과 거문고가 어우러지는 풍류를 꿈꾸는 대목이 부럽다. “어느 한가한 봄 저녁이 되면, 출입할 사람이 없는 날을 택해 문 닫고 술을 한잔 마련하고 달이 돋는 시간에 맞추어 거문고를 발목 위에 올려놓을 것이다. 당- 그 소리 멀리 가지 않으면 어떠랴. 정자와 꽃들과 바위와 달빛들과 같이 그 소리를 들어 속에 가지게 되리라.”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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