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읽는 세계미술사 1·2
조은령·조은정 지음, 강응천 기획
다산초당·1권 2만원, 2권 2만4000원 ‘동서고금’은 다르다. 땅이 다르고, 사람이나 동식물들의 생김이 다르고, 풍광이 다르고, 의식주 관습과 실천도 다르다. 보는 것이 다르니 미술이 재현한 것도 달랐다. 그러나 시대나 지역을 막론하고 미술이 그 시대와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한다는 점은 같다. 이를 알지 못하면 아무리 유명한 미술관을 돌아다녀도 다리만 아플 뿐이다. 두 권짜리 <혼자 읽는 세계미술사>는 ‘다른 사회’를 상상하는 역지사지의 자세, ‘맥락의 재구성’을 강조한다. 작품을 보며 그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기술, 철학, 미학적 측면을 함께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다. 지은이들은 동양화와 서양화를 각각 전공한 자매로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동양화가 조은령 작가는 동양 미술사쪽을, 조은정 목포대 미술학과 교수는 서양 미술사 집필을 맡았다. 1권은 선사시대부터 중세 미술까지, 2권은 근세에서 현대 미술까지를 다룬다. 이 책이 기존의 미술사 책들과 다른 점은 동서양과 나라 안팎을 가르는 구분을 넘어서 교차 서술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볼 때 무모한 도전이라 할지 몰라도 지은이들은 세계 미술이 거대한 흐름 속에 서로 어우러지고 교류하면서 영향을 미쳤던 점을 드러내려고 했다. 아직도 ‘바로크는 남성적, 로코코는 여성적’ 같은 도식을 외우게 하는 미술 교육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도 이 책을 쓴 이유다. 지은이들은 판에 박힌 미술 ‘학습’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와 다른 삶’에 대한 감성적인 ‘공감’을 할 수 있도록 독자를 배려한다. 이를테면 한손에 쏙 들어갈만큼 작은 선사시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그냥 봐선 투박하다 느낄지 몰라도, 구석기인들의 열악한 환경과 거칠고 모난 도구를 떠올리면 그 시대 장인들의 노고와 뛰어난 솜씨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5세기 무렵 중국 화가들은 ‘도’를 그림에 결합해 자연의 외형을 탐구했다. 이들의 집중적인 관찰은 서양 사실주의 사조와 출발을 같이하는 것 같아도, 서구 화풍처럼 ‘하나의 시점’을 정확하게 포착하기보다 여러 측면에서 본 하나의 형상을 중층적으로 조합해 그리는 것을 즐겼다. 중세 말 서구에서는 인간의 육체와 감정을 더 깊이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이성에 대한 자부심이 인문학·과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중국의 중세 인물화는 사실의 표현을 강조했지만 ‘이형사신’(형태로 내면을 그린다)을 중요하게 여겼다. 예나 지금이나 미술가들은 ‘지금 여기’를 고민했고, 혁신과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작품의 ‘아우라’를 만드는 맥락을 알수록 미적 체험은 온전해진다. 미술사를 읽어야 하는 까닭이다. 책 장정의 거품을 빼고 가볍게 만든 덕에, 들고다니며 ‘혼자 읽는’ 데 무리가 없지만 내용만큼은 탄탄하다. 판형은 143×215㎜. 미술사 책치고는 작지만 도판을 충실하게 실어 지은이들과 출판사의 수고로움이 느껴진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조은령·조은정 지음, 강응천 기획
다산초당·1권 2만원, 2권 2만4000원 ‘동서고금’은 다르다. 땅이 다르고, 사람이나 동식물들의 생김이 다르고, 풍광이 다르고, 의식주 관습과 실천도 다르다. 보는 것이 다르니 미술이 재현한 것도 달랐다. 그러나 시대나 지역을 막론하고 미술이 그 시대와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한다는 점은 같다. 이를 알지 못하면 아무리 유명한 미술관을 돌아다녀도 다리만 아플 뿐이다. 두 권짜리 <혼자 읽는 세계미술사>는 ‘다른 사회’를 상상하는 역지사지의 자세, ‘맥락의 재구성’을 강조한다. 작품을 보며 그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기술, 철학, 미학적 측면을 함께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다. 지은이들은 동양화와 서양화를 각각 전공한 자매로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동양화가 조은령 작가는 동양 미술사쪽을, 조은정 목포대 미술학과 교수는 서양 미술사 집필을 맡았다. 1권은 선사시대부터 중세 미술까지, 2권은 근세에서 현대 미술까지를 다룬다. 이 책이 기존의 미술사 책들과 다른 점은 동서양과 나라 안팎을 가르는 구분을 넘어서 교차 서술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볼 때 무모한 도전이라 할지 몰라도 지은이들은 세계 미술이 거대한 흐름 속에 서로 어우러지고 교류하면서 영향을 미쳤던 점을 드러내려고 했다. 아직도 ‘바로크는 남성적, 로코코는 여성적’ 같은 도식을 외우게 하는 미술 교육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도 이 책을 쓴 이유다. 지은이들은 판에 박힌 미술 ‘학습’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와 다른 삶’에 대한 감성적인 ‘공감’을 할 수 있도록 독자를 배려한다. 이를테면 한손에 쏙 들어갈만큼 작은 선사시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그냥 봐선 투박하다 느낄지 몰라도, 구석기인들의 열악한 환경과 거칠고 모난 도구를 떠올리면 그 시대 장인들의 노고와 뛰어난 솜씨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5세기 무렵 중국 화가들은 ‘도’를 그림에 결합해 자연의 외형을 탐구했다. 이들의 집중적인 관찰은 서양 사실주의 사조와 출발을 같이하는 것 같아도, 서구 화풍처럼 ‘하나의 시점’을 정확하게 포착하기보다 여러 측면에서 본 하나의 형상을 중층적으로 조합해 그리는 것을 즐겼다. 중세 말 서구에서는 인간의 육체와 감정을 더 깊이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이성에 대한 자부심이 인문학·과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중국의 중세 인물화는 사실의 표현을 강조했지만 ‘이형사신’(형태로 내면을 그린다)을 중요하게 여겼다. 예나 지금이나 미술가들은 ‘지금 여기’를 고민했고, 혁신과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작품의 ‘아우라’를 만드는 맥락을 알수록 미적 체험은 온전해진다. 미술사를 읽어야 하는 까닭이다. 책 장정의 거품을 빼고 가볍게 만든 덕에, 들고다니며 ‘혼자 읽는’ 데 무리가 없지만 내용만큼은 탄탄하다. 판형은 143×215㎜. 미술사 책치고는 작지만 도판을 충실하게 실어 지은이들과 출판사의 수고로움이 느껴진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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