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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초 홍명희와 ‘임꺽정’ 연구 외길 30년의 결산

등록 2016-01-14 20:46수정 2016-01-15 08:58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을 30년 넘게 연구해온 강영주 교수가 논문집 <통일시대의 고전 ‘임꺽정’ 연구>를 내놓았다. 사진은 1996~97년 <에스비에스>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드라마 <임꺽정>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을 30년 넘게 연구해온 강영주 교수가 논문집 <통일시대의 고전 ‘임꺽정’ 연구>를 내놓았다. 사진은 1996~97년 <에스비에스>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드라마 <임꺽정>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강영주 교수 논문집 출간
‘임꺽정’은 사실주의 역사소설
‘조선왕조실록’의 영향 등 밝혀
통일시대의 고전
‘임꺽정’ 연구

강영주 지음/사계절·3만2000원

벽초 홍명희와 그의 소설 <임꺽정>을 30년 넘게 천착해 온 국문학자 강영주 교수(상명대 국어교육과)가 그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논문집 <통일시대의 고전 ‘임꺽정’ 연구>를 내놓았다.

강 교수와 <임꺽정>의 만남은 40여년 전 대학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 동기인 가수 양희은씨가 어느 날 해방 뒤 간행되었던 <임꺽정> 6권 세트를 당시 돈 10만원에 샀다며 빌려주었다. “빠져들듯 읽으면서도 벽초와 <임꺽정>이 나한테 운명 같은 존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강 교수는 말했다.

1986년 식민지 시기 역사소설들을 대상으로 삼은 논문 ‘한국근대역사소설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강 교수 심중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임꺽정>이었다. 1991년 박사학위논문과 석사논문 등을 모은 첫 책 <한국역사소설의 재인식>을 낸 것을 비롯해 단독 저서 <벽초 홍명희 연구>(1999) <벽초 홍명희 평전>(2004) <그들의 문학과 생애, 홍명희>(2008)와 편서 <벽초 홍명희 ‘임꺽정’의 재조명>(1988) <벽초 홍명희와 ‘임꺽정’의 연구자료>(1996) 등을 통해 벽초와 <임꺽정>이라는 외길을 걸어왔다.

새로 나온 <통일시대의 고전 ‘임꺽정’ 연구>에는 1988년 작 ‘홍명희와 역사소설 <임꺽정>’에서부터 2009년에 쓴 ‘<임꺽정>과 연암 문학의 비교 고찰’까지 논문 아홉이 묶였다. <임꺽정>의 연재와 출판, <조선왕조실록>과 관계, 여성주의에서 본 <임꺽정>, 황석영 <장길산>과 비교 등 <임꺽정>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책 앞부분에는 강 교수 자신이 대학생 둘과 좌담 형식으로 책 내용을 쉽게 풀어 전달하는 꼭지도 배치했다.

“홍명희의 <임꺽정>은 이광수의 작품들로 대표되는 식민지 시기 대부분의 역사소설들과는 그 유형을 달리하는 역사소설이라 할 수 있다. 후자가 현실도피적인 의도에서나 교훈적인 이념의 제시를 위해 흔히 역사의 실상을 왜곡하는 낭만주의적 역사소설의 유형에 속한다면, 이 작품은 거의 유일하게 지나간 시대를 현대의 전사로서 진실되게 묘사하려는 리얼리즘 역사소설의 유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지은이 강영주 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지은이 강영주 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강 교수는 루카치의 역사소설론 관점에서 <임꺽정>을 사실주의 역사소설로 평가한다. 2006년 논문 ‘<임꺽정>의 창작과정과 <조선왕조실록>’에서 그는 벽초가 1934년 9월4일 ‘의형제편’ 연재를 마치고 9월15일부터 ‘화적편’ 연재를 시작하기까지 열흘 남짓 쉬는 동안 당시 경성제국대학에서 간행된 <이조실록>을 숙독하고 실록에 등장하는 임꺽정 관련 내용을 적극 수용하는 쪽으로 이야기 틀을 다시 짰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 결과 사실성이 강화되는 효과를 보았지만, 주인공 임꺽정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의 성격과 행적에 변화가 생겼으며, “연재 초기 작가 의도와 달리 전망이 결여되고 민중성이 약화되는 한계를 드러내게 되었다”고 강 교수는 보았다.

1995년 논문 ‘<임꺽정>의 연재와 출판’에 따르면 벽초는 북쪽에서 부수상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고위직을 맡았지만 <임꺽정>은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1954~55년에 걸쳐 평양 국립출판사에서 <임꺽정> 전 6권이 간행되었지만 시비 끝에 이내 절판되었다가 1982~85년에 평양 문예출판사에서 전 4권으로 다시 나왔다. 이때 벽초의 손자인 소설가 홍석중이 북쪽 체제의 문예 이념에 맞도록 작품을 일부 수정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박사학위논문에서부터 쳐도 30년에 이르는 벽초와 <임꺽정> 연구 여정을 이 책으로 일단락 짓겠다고 밝힌 강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숙제를 다한 아이같이 홀가분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광수나 염상섭, 이상처럼 학계 주류가 주목하는 작가가 아니라 벽초와 <임꺽정>을 연구 주제로 잡은 것은 내게는 행운이자 불행이었다”며 “앞으로는 벽초의 아들인 국어학자 홍기문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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