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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비평적 분석은 재미있는 작업”

등록 2016-02-11 20:08

잠깐독서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테리 이글턴 지음, 이미애 옮김
책읽는수요일·1만6000원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이자 당대 최고의 문학 비평가로 꼽히는 영국의 테리 이글턴이 모처럼 폭넓은 대중들을 문학 비평의 세계로 이끄는 책을 내놨다. 30년 전 선보인 그의 문학 비평 분야 대표작인 <문학이론입문>이 딱딱한 이론을 다루었다면, 이번 책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에서는 강의하듯 쉬운 말로 실제 문학을 비평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의미와 재미를 새기게 한다. 지은이는 “문학 작품의 분석 기술은 나막신 춤처럼 기력을 잃어 거의 쇠진한 상태”라며 ‘섬세한 읽기’로서 텍스트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제 작품들을 두고 펼쳐지는 그의 비평적 접근 방식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예컨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등의 작품을 실제 사례로 들면서 문학 작품이 첫머리에서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지 분석하는데, 세 마녀의 예언으로 출발하는 <맥베스>의 도입부에서는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모호함을, <오만과 편견>의 첫 문장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자연 질서로 치환하면서 벌어지는 아이러니를 드러낸다고 한다.

지은이의 발랄한 비평은 도입부에서 인물, 서사, 해석, 가치 등으로 거침없이 옮아가고, 그 과정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토머스 하디의 <무명의 주드>, 그리고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 등 광범위한 작가와 작품들을 잔뜩 다룬다. <무명의 주드>에서 여주인공 수가 주드의 ‘비극의 도구’로서 제시된다는 점을 지적한다거나, 해리 포터 시리즈로부터 디킨스의 소설들을 떠올린다거나, 등장인물의 이름이 구성된 방식이나 의미를 짚어본다든가 하는 부분에서 특유의 유머감각을 섞어가며 작품들을 자유자재로 풀이해내는 지은이의 재기가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지은이 스스로 희망한 것처럼, “비평적 분석이 재미있는 작업”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게 해준다. 비평적 분석을 ‘문학에 대한 공적인 기준을 다룰 수 있는 사회적 관행’으로 바라보는 시각에도 공감이 간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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