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을 보라 1, 2
-인물로 보는 한국 민주화운동사
김정남 지음
두레·1권 2만2000원, 2권 2만3000원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문화사회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정남은 한국 민주화운동의 산증인과 같은 이다. 2005년에 낸 그의 책 <진실, 광장에 서다: 민주화운동 30년의 역정>이 1970, 80년대 민주화운동을 사건과 체험 중심으로 되살렸다면, 2012년작 <이 사람을 보라>는 김수환, 이소선, 박형규, 이돈명 등 29명 인물을 통해 본 민주화운동 이야기였다. 그때 못 다룬 인물 20명 이야기를 담은 책 <이 사람을 보라 2>가 1권 개정판과 함께 나왔다. 2권의 주인공 중에는 장일순, 홍남순, 천관우, 윤한봉처럼 잘 알려진 이들도 있지만, 그간 민주화운동의 주역으로 표나게 부각되지 않았던 이들도 여럿 들었다. ‘민주 교도관’ 전병용과 운동권 유인물을 도맡아 제작한 인쇄소 사장 강은기 같은 이가 대표적이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이 터졌을 때 서울구치소에 근무하던 전병용은 옥 안에 갇힌 학생들과 바깥 관계자들 사이의 연락책 구실을 했다. 김지하는 회고록 <흰 그늘의 길>에서 전병용을 “민청학련 사건의 최대의 공로자”라 일컬었고, 리영희는 <대담>에서 “반독재 운동가들에게는 지옥에서 보살을 만난 것과 같은 역할을 해 준 은인”이라고 그를 기렸다. 전병용은 지학순 주교와 강신옥 변호사, 문익환 목사 등 시국과 관련해 구속된 인사들의 편지를 전달했으며 1975년 서울농대생 김상진이 자결했을 때에는 김지하가 옥 안에서 쓴 조시를 바깥으로 빼돌리기도 했다. 그는 1986년 5·3 인천사태 때 이부영과 장기표 등 수배자를 자신의 집에 숨겨 주었다가 들통나 구속되기에 이르렀는데, 구속되기 불과 이틀 전 박종철 고문 치사의 범인과 진상이 조작되었다는 감옥 안 이부영의 편지를 이 책 지은이 김정남에게 전달함으로써 6월항쟁을 촉발했다. 서울 을지로에 있던 강은기의 인쇄소 세진문화사는 1972년 박형규 목사가 주도하던 개신교 단체의 유신 반대 소책자를 필두로 와이에이치(YH) 여성 노동자들 유인물, ‘김재규와 10·26 자료집’, 5·18 광주민중항쟁 화보집, 민청련·민통련 기관지 등 민주화운동권의 주요 문건과 책자를 납품했다.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일이어서 강은기는 직원들을 다 퇴근시킨 뒤 밤을 새워 가며 조판과 교정, 인쇄, 제본 등 전 과정을 혼자서 처리했다. 그는 계엄사 군법회의에서 징역형을 받아 복역했지만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행사에서도 언제나 구석자리를 고집했다. 이밖에도 자신의 직장인 중앙정보부에서 고문 끝에 숨진 친형 최종길 서울법대 교수 죽음의 진상 규명 노력에 평생을 바친 최종선, 채현국의 아버지가 설립한 흥국탄광의 현장소장으로서 수배된 운동권 학생들을 숨겨주고 도피 자금을 제공했던 ‘의협’ 박윤배 등의 이야기가 먹먹하다. 2권 말미에는 민주화운동에서 큰 구실을 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이야기가 부록으로 담겼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인물로 보는 한국 민주화운동사
김정남 지음
두레·1권 2만2000원, 2권 2만3000원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문화사회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정남은 한국 민주화운동의 산증인과 같은 이다. 2005년에 낸 그의 책 <진실, 광장에 서다: 민주화운동 30년의 역정>이 1970, 80년대 민주화운동을 사건과 체험 중심으로 되살렸다면, 2012년작 <이 사람을 보라>는 김수환, 이소선, 박형규, 이돈명 등 29명 인물을 통해 본 민주화운동 이야기였다. 그때 못 다룬 인물 20명 이야기를 담은 책 <이 사람을 보라 2>가 1권 개정판과 함께 나왔다. 2권의 주인공 중에는 장일순, 홍남순, 천관우, 윤한봉처럼 잘 알려진 이들도 있지만, 그간 민주화운동의 주역으로 표나게 부각되지 않았던 이들도 여럿 들었다. ‘민주 교도관’ 전병용과 운동권 유인물을 도맡아 제작한 인쇄소 사장 강은기 같은 이가 대표적이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이 터졌을 때 서울구치소에 근무하던 전병용은 옥 안에 갇힌 학생들과 바깥 관계자들 사이의 연락책 구실을 했다. 김지하는 회고록 <흰 그늘의 길>에서 전병용을 “민청학련 사건의 최대의 공로자”라 일컬었고, 리영희는 <대담>에서 “반독재 운동가들에게는 지옥에서 보살을 만난 것과 같은 역할을 해 준 은인”이라고 그를 기렸다. 전병용은 지학순 주교와 강신옥 변호사, 문익환 목사 등 시국과 관련해 구속된 인사들의 편지를 전달했으며 1975년 서울농대생 김상진이 자결했을 때에는 김지하가 옥 안에서 쓴 조시를 바깥으로 빼돌리기도 했다. 그는 1986년 5·3 인천사태 때 이부영과 장기표 등 수배자를 자신의 집에 숨겨 주었다가 들통나 구속되기에 이르렀는데, 구속되기 불과 이틀 전 박종철 고문 치사의 범인과 진상이 조작되었다는 감옥 안 이부영의 편지를 이 책 지은이 김정남에게 전달함으로써 6월항쟁을 촉발했다. 서울 을지로에 있던 강은기의 인쇄소 세진문화사는 1972년 박형규 목사가 주도하던 개신교 단체의 유신 반대 소책자를 필두로 와이에이치(YH) 여성 노동자들 유인물, ‘김재규와 10·26 자료집’, 5·18 광주민중항쟁 화보집, 민청련·민통련 기관지 등 민주화운동권의 주요 문건과 책자를 납품했다.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일이어서 강은기는 직원들을 다 퇴근시킨 뒤 밤을 새워 가며 조판과 교정, 인쇄, 제본 등 전 과정을 혼자서 처리했다. 그는 계엄사 군법회의에서 징역형을 받아 복역했지만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행사에서도 언제나 구석자리를 고집했다. 이밖에도 자신의 직장인 중앙정보부에서 고문 끝에 숨진 친형 최종길 서울법대 교수 죽음의 진상 규명 노력에 평생을 바친 최종선, 채현국의 아버지가 설립한 흥국탄광의 현장소장으로서 수배된 운동권 학생들을 숨겨주고 도피 자금을 제공했던 ‘의협’ 박윤배 등의 이야기가 먹먹하다. 2권 말미에는 민주화운동에서 큰 구실을 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이야기가 부록으로 담겼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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