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기타 아쓰시 지음, 임경택 옮김
사계절·1만3000원 정치의 귀환
유창오 지음/폴리테이아·1만5000원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김택근 지음/메디치·1만3800원 시민이 정치를 안 좋아한다. 이 혐오를 낮은 시민의식이라 말할 수 없다. 정치가 먼저 시민을 안 좋아했기 때문이다. 시민과 정치의 불화는 이 지경이 됐다. “정치는 더러운 이익정치이므로 윤리(상식) 같은 건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사고방식을 ‘현실주의’라 한다.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면 잘될 것이라는, 현실에서 벗어난 전제 위에 있다. 그런 경박한 현실주의는 현실 그 자체에 복수를 당한다.”(스기타 아쓰시 호세이대 법학부 교수) 그래도 정치는 흥미롭다. 몰락하는 실패가 있는가 하면, 어떤 패배는 팽팽하게 진다. 민주주의가 스스로 죽을 수도 있다. 다수결이 독재를 찬성하면 말이다. <정치는 뉴스가 아니라 삶이다>는 정치의 재미를 열쇳말 8개로 불려준다. 바른대로 고한다. 대의민주제의 실체가 “연극으로서의 대표제”라고. 민의가 선재하고 대표가 이를 전달하기보다, 정치인이 각 배역을 연기하면(관점을 표현하면) 시민은 정치극을 보면서 쟁점을 이해하고 민의를 만들어간다는 얘기다. 시민이, 당대 문제에, 민주적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전제 자체가 물렁해졌다. 정치를 식민화한 “경제를 한 주권국가의 정책으로 좌우할 수 없게 된 게 가장 큰 이유”다. 원제목이 <정치적 사고>인 이 책은 권력을 사고할 때 찔러야 할 정곡을 가리킨다. 권력은 일방적으로 행사되지 않는다는 점. 받아들이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점. 곧, 권력을 받아들인 자가 권력의 당사자라는 점. 이 사실이 편재할 때 우리가 뽑은 권력을 우리가 비판하는 일은 당착이 아니게 된다. 그것은 자기와의 대화다. 권력을 휘두르는 정치인에게서 정치를 구하는 일이다. 문재인, 손학규, 정동영, 한명숙의 참모였고 18년간 선거, 정책, 정무를 경험한 유창오의 <정치의 귀환>은 야당에 대한 뼈아픈 비망록이다. 강조하건대 ‘비망’은 잊지 않기 위한 준비를 뜻한다. 야당은 왜 갈수록 약하고 멸렬한가. 저자는 야당이 빠진 “중도의 함정”을 조준한다. 좌도 우도 아닌 ‘제3의 길’이란 말로 세련되게 불리는 중도. 제3의 길이란 어쨌든, 샛길이다. 샛길은 어디로 샌 길일 수 있다. 책이 주문하는 ‘정치의 귀환’은 김대중 모델의 귀환이다. 유권자는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지배하는 정치”를 호출하고 있다고 대증한다. “자신의 희생 없이는 무엇도 해결할 수 없고”(스기타 아쓰시) “용기는 모든 도덕 중 최고의 덕”(김대중)이란 결단이 없다면 야당엔 “정당도 지도자도 미래가 없다”. 8년간 <김대중 자서전> 편집을 한 김택근이 엮은 ‘김대중의 말’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는 분열로 화농하는 야당의 구급약으로 삼을 만하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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