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외롭지 않은 말
권혁웅 지음/마음산책·1만3000원 시와 평론, 문학이론, 산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글을 쓰는 권혁웅이 ‘일상어 사전’을 표방하며 낸 책이다. 상투어, 신조어, 유행어, 은어 들을 다루는데, 문학에서는 ‘죽은 말’ 취급하는 이 말들에 주목한 까닭은 그것들을 통해 세상의 표면과 이면, 사람들의 의식과 무의식을 들여다 볼 수 있겠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사전인 만큼 사전으로서 격식을 두루 갖추었다. ‘가져가지 마시오’부터 ‘호갱’까지 77개 말을 고른 다음 표제어와 발음, 의미와 주석, 용례, 찾아보기까지 두루 챙겼다. 의미가 ‘겉뜻’과 ‘속뜻’ 둘로 나뉜 것이 특징적인데, 일상 생활에서 별 생각 없이 주고받는 말들의 이중적이며 반어적인 의미에 주목하자는 취지에서다. 가령, ‘우리 얘기 좀 해.’ 이 말의 겉뜻은 물론 ‘대화를 제안함’이다. 그러나 속뜻은? ‘잘못을 추궁함’! 이 말이 특히 여자 또는 아내가 남자 또는 남편에게 자주 하는 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이런 설명이 한결 그럴듯하게 다가온다. “남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제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것, 얘기 좀 하자는 제안이다. 여자의 손에 잡혀 방 안으로 들어갈 때, 남자들 눈빛 보셨는지? 털 깎이러 끌려가는 양의 눈빛이다. 이 두려움에는 이유가 있다. 얘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화성남자 금성여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고방식과 성격이 다른 남과 여 사이에서 생기는 오해와 갈등은 이 사전에 많은 사례와 재미를 더한다. ‘나 요즘 살쪘지?’라는 표제어를 보자. ‘뚱뚱해졌다고 걱정함’이라는 겉뜻과 ‘사랑이 식었는지 확인함’이라는 속뜻 사이에는, 남자들 보기에, 자금성의 해자보다 넓고 난해한 수렁이 파였다. 그러니, “‘나 요즘 살쪘지?’ 하고 그녀가 물을 때 당신은 이렇게 대답해야 한다. ‘사랑해.’” 기싱 꿍 꼬또, 넘사벽, 반반무마니, 뷁, 아몰랑, 안알랴줌, 좋은가 봉가, 헐 등 발랄하고 생생한 입말의 향연. <씨네21>에 연재한 ‘일상어 사전’을 엮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권혁웅 지음/마음산책·1만3000원 시와 평론, 문학이론, 산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글을 쓰는 권혁웅이 ‘일상어 사전’을 표방하며 낸 책이다. 상투어, 신조어, 유행어, 은어 들을 다루는데, 문학에서는 ‘죽은 말’ 취급하는 이 말들에 주목한 까닭은 그것들을 통해 세상의 표면과 이면, 사람들의 의식과 무의식을 들여다 볼 수 있겠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사전인 만큼 사전으로서 격식을 두루 갖추었다. ‘가져가지 마시오’부터 ‘호갱’까지 77개 말을 고른 다음 표제어와 발음, 의미와 주석, 용례, 찾아보기까지 두루 챙겼다. 의미가 ‘겉뜻’과 ‘속뜻’ 둘로 나뉜 것이 특징적인데, 일상 생활에서 별 생각 없이 주고받는 말들의 이중적이며 반어적인 의미에 주목하자는 취지에서다. 가령, ‘우리 얘기 좀 해.’ 이 말의 겉뜻은 물론 ‘대화를 제안함’이다. 그러나 속뜻은? ‘잘못을 추궁함’! 이 말이 특히 여자 또는 아내가 남자 또는 남편에게 자주 하는 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이런 설명이 한결 그럴듯하게 다가온다. “남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제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것, 얘기 좀 하자는 제안이다. 여자의 손에 잡혀 방 안으로 들어갈 때, 남자들 눈빛 보셨는지? 털 깎이러 끌려가는 양의 눈빛이다. 이 두려움에는 이유가 있다. 얘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화성남자 금성여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고방식과 성격이 다른 남과 여 사이에서 생기는 오해와 갈등은 이 사전에 많은 사례와 재미를 더한다. ‘나 요즘 살쪘지?’라는 표제어를 보자. ‘뚱뚱해졌다고 걱정함’이라는 겉뜻과 ‘사랑이 식었는지 확인함’이라는 속뜻 사이에는, 남자들 보기에, 자금성의 해자보다 넓고 난해한 수렁이 파였다. 그러니, “‘나 요즘 살쪘지?’ 하고 그녀가 물을 때 당신은 이렇게 대답해야 한다. ‘사랑해.’” 기싱 꿍 꼬또, 넘사벽, 반반무마니, 뷁, 아몰랑, 안알랴줌, 좋은가 봉가, 헐 등 발랄하고 생생한 입말의 향연. <씨네21>에 연재한 ‘일상어 사전’을 엮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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