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신용
- 왜 기본소득이 필요한가
클리퍼드 더글러스 지음, 이승현 옮김
역사비평사·1만2800원 ‘제2의 기계시대’를 맞아 대량 실업의 실질적인 위협에 대한 우려가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인간 개인이 노동의 성과나 대가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경제 시스템 자체가 과연 지속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다. 이 문제를 깊게 파고드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기본소득’이란 아이디어에 주목하고 있다. 192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사회신용’ 운동의 창시자였던 클리퍼드 더글러스는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선구적으로 제시한 사람으로 꼽히며, 몇년 전 <녹색평론> 등을 통해서도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그가 1924년에 쓴 주저 <사회신용>이 이번에 국내에 출간됐다. 엔지니어였던 지은이의 아이디어는 주류 경제학자들로부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는 기존 경제학이 당연하게 여기는 전제 자체를 뒤집는 논의를 펼치는데, 대표적인 것이 화폐와 근대 금융시스템에 대한 독특한 접근 방식이다. 우선 지은이는 “지난 50년간 어떤 산업국가에서도 자체적으로 생산한 것을 가용한 노임과 봉급, 배당만으로 모두 구매할 수 있었던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상품의 가격은 늘 소비자의 총구매력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 간극을 만들어낸 것이 ‘금권력의 독점’이며, 그것의 본질은 화폐를 ‘보상’ 체계로 활용하는 금융시스템이라고 봤다. 또 이에 맞서 “화폐제도의 적절한 기능은 재화 및 용역의 생산과 분배를 지휘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금융시스템은 ‘행정 메커니즘’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은이의 이 같은 주장은 ‘국민배당’이라는 기본소득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보상 체계로 작동하는 금융시스템으로는, 공급은 남아도는데 수요는 부족한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꿔낼 수 없다. 따라서 잠재적인 수요가 유효수요가 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국민배당’을 통해 구매력을 보장해주는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이라면 누구라도 인류가 역사적으로 축적해온 것들을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 왜 기본소득이 필요한가
클리퍼드 더글러스 지음, 이승현 옮김
역사비평사·1만2800원 ‘제2의 기계시대’를 맞아 대량 실업의 실질적인 위협에 대한 우려가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인간 개인이 노동의 성과나 대가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경제 시스템 자체가 과연 지속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다. 이 문제를 깊게 파고드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기본소득’이란 아이디어에 주목하고 있다. 192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사회신용’ 운동의 창시자였던 클리퍼드 더글러스는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선구적으로 제시한 사람으로 꼽히며, 몇년 전 <녹색평론> 등을 통해서도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그가 1924년에 쓴 주저 <사회신용>이 이번에 국내에 출간됐다. 엔지니어였던 지은이의 아이디어는 주류 경제학자들로부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는 기존 경제학이 당연하게 여기는 전제 자체를 뒤집는 논의를 펼치는데, 대표적인 것이 화폐와 근대 금융시스템에 대한 독특한 접근 방식이다. 우선 지은이는 “지난 50년간 어떤 산업국가에서도 자체적으로 생산한 것을 가용한 노임과 봉급, 배당만으로 모두 구매할 수 있었던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상품의 가격은 늘 소비자의 총구매력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 간극을 만들어낸 것이 ‘금권력의 독점’이며, 그것의 본질은 화폐를 ‘보상’ 체계로 활용하는 금융시스템이라고 봤다. 또 이에 맞서 “화폐제도의 적절한 기능은 재화 및 용역의 생산과 분배를 지휘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금융시스템은 ‘행정 메커니즘’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은이의 이 같은 주장은 ‘국민배당’이라는 기본소득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보상 체계로 작동하는 금융시스템으로는, 공급은 남아도는데 수요는 부족한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꿔낼 수 없다. 따라서 잠재적인 수요가 유효수요가 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국민배당’을 통해 구매력을 보장해주는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이라면 누구라도 인류가 역사적으로 축적해온 것들을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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