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효창숲에 가면
그 나무가 있다
김지석·함희숙·김수정 지음
나남·1만8000원 인간은 수백만년을 수렵채집인으로 살았다. 숲에서 길을 찾고 열매를 주워 먹다가 간혹 동물을 사냥했다. 인공지능을 창조한 인간이지만 고향인 숲에 들어가면 문맹이 되어 버린다. 산업혁명 이후 종으로서의 인간이 가진 집단적 지식은 비약적으로 늘어난 동시에 개인으로서 가진 주변 환경에 대한 깊고 넓은 지식과 기술은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애정을 쏟으면 수렵채집인의 유전자가 살아난다고 <효창숲에 가면 그 나무가 있다>의 지은이들은 말한다. 이들은 회사에서 가까운 효창공원의 숲에 들어가 나무와 식물의 이름을 묻고 새기고 기록했다. 숲의 주인들을 알아보고 인사하노라니 식물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새삼 발견했고 삶의 질도 달라졌다. 이 책은 서울시 용산구 효창공원의 사계절 주인들을 하나씩 불러내 이야기한 기록이다. 조선 정조의 맏아들인 문효세자의 무덤이 있어 ‘효창원’이라 불렸던 효창공원은 일제강점기 말 근대공원으로 탈바꿈되어 현재는 백범 김구 선생의 무덤 등이 있는 도심 숲으로 자리잡았다.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풍덩 빠져버릴 만한 3만7천평(12만3307㎡)의 작은 크기이지만 안에는 거대한 식물의 우주가 펼쳐져 있다. 작은 우주는 탐험할수록 넓어져서 몇 해 동안 공원을 다닌 저자들도 은단풍이 빨갛게 물들며 봄을 깨우는 걸 안 지는 얼마 안 됐다. 다 같은 노란 봄꽃이지만 개나리와 산수유, 생강나무가 다르고, 꽃다지와 괭이밥은 다른 삶을 산다. 8월이 되면 박주가리, 석잠풀, 층층이꽃 등 들꽃의 백화제방 시대가 펼쳐지고 뒤이어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가 떼구루루 구르면 효창공원은 겨울이 되면서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른다. 효창공원은 우리 주변의 멀지 않은 곳에 있을 법한 숲이다. 책에서 다루는 식물들도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생명들이다. 식물의 소우주를 탐험한 저자들의 기록이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그 나무가 있다
김지석·함희숙·김수정 지음
나남·1만8000원 인간은 수백만년을 수렵채집인으로 살았다. 숲에서 길을 찾고 열매를 주워 먹다가 간혹 동물을 사냥했다. 인공지능을 창조한 인간이지만 고향인 숲에 들어가면 문맹이 되어 버린다. 산업혁명 이후 종으로서의 인간이 가진 집단적 지식은 비약적으로 늘어난 동시에 개인으로서 가진 주변 환경에 대한 깊고 넓은 지식과 기술은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애정을 쏟으면 수렵채집인의 유전자가 살아난다고 <효창숲에 가면 그 나무가 있다>의 지은이들은 말한다. 이들은 회사에서 가까운 효창공원의 숲에 들어가 나무와 식물의 이름을 묻고 새기고 기록했다. 숲의 주인들을 알아보고 인사하노라니 식물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새삼 발견했고 삶의 질도 달라졌다. 이 책은 서울시 용산구 효창공원의 사계절 주인들을 하나씩 불러내 이야기한 기록이다. 조선 정조의 맏아들인 문효세자의 무덤이 있어 ‘효창원’이라 불렸던 효창공원은 일제강점기 말 근대공원으로 탈바꿈되어 현재는 백범 김구 선생의 무덤 등이 있는 도심 숲으로 자리잡았다.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풍덩 빠져버릴 만한 3만7천평(12만3307㎡)의 작은 크기이지만 안에는 거대한 식물의 우주가 펼쳐져 있다. 작은 우주는 탐험할수록 넓어져서 몇 해 동안 공원을 다닌 저자들도 은단풍이 빨갛게 물들며 봄을 깨우는 걸 안 지는 얼마 안 됐다. 다 같은 노란 봄꽃이지만 개나리와 산수유, 생강나무가 다르고, 꽃다지와 괭이밥은 다른 삶을 산다. 8월이 되면 박주가리, 석잠풀, 층층이꽃 등 들꽃의 백화제방 시대가 펼쳐지고 뒤이어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가 떼구루루 구르면 효창공원은 겨울이 되면서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른다. 효창공원은 우리 주변의 멀지 않은 곳에 있을 법한 숲이다. 책에서 다루는 식물들도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생명들이다. 식물의 소우주를 탐험한 저자들의 기록이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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