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돌고래과의 한 종인 쥐돌고래(쇠돌고래·Harbour Porpoise). 다른 쇠돌고래과의 돌고래들과 마찬가지로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동작을 거의 하지 않아 잘 발견되지 않지만, 수중에서 보면 그윽한 눈이 사람의 눈을 사로잡는다. 우리나라에선 동해에 분포한다. 사람의무늬 제공
-고래와 돌고래에 관한 모든 것
애널리사 베르타 엮음, 김아림 옮김
사람의무늬·3만5000원 인간이 고래를 볼 수 있는 건 거대한 몸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찰나다. 은하계 밖의 행성을 전파망원경으로 어림짐작하듯, 인간은 찰나에 의지해 고래의 몸을 더듬더듬 그려왔을 뿐이다. 짧은 순간만 보여주고 잠행하는 미지의 동물이라는 점에서 고래는 매력적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수많은 문학과 신화의 창조자들이 고래에 매혹되어 지식의 지도를 그려왔다. 고래 뱃속에서 부활한 성경 속 요나의 이야기가 원양의 수평선 너머 있었다면, 1851년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은 전설의 백경(향유고래)을 근대 지식의 앞바다까지 가져왔다. 에이허브 선장의 돛을 단 포경선 피쿼드호에서 내린 현대의 이슈메일들은 고래관광 가이드가 이끄는 최신식 디젤 선박에 오른다. 작살 대신 고래도감을 팔에 끼고 혹등고래와 밍크고래, 남방큰돌고래를 관찰한다. 그동안 전세계 고래애호가들의 필독서로는 1995년 영국의 과학작가 마크 카워다인이 쓴 <고래>(Whales, Dolphins and Porpoises; 한국어판 두산동아)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거기에 도전장을 내민 도감이 지난해 출판돼 반년 만에 번역돼 나왔으니, 같은 이름의 영문 제목을 가진 <고래: 고래와 돌고래에 관한 모든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최신의 연구 성과를 담았다는 점이다. 고래의 계통 발생과 진화, 해부학, 서식지, 생활사, 행동 등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했다. 육지로 왔다가 바다로 돌아간 고래의 진화 과정은 새로운 화석이 발견될 때마다 지금도 학계에서 화제가 된다. 고래의 조상뻘인 인도휴스와 파키케투스는 네 다리를 지느러미로 바꾸고 콧구멍을 등판의 분수공으로 보내면서 지구 생명의 탄생지인 바다로 돌아갔다. 기존 도감에서 볼 수 없던 오무라고래도 실렸다. 인도양과 태평양 접경해역에 사는 이 고래는 관측한 사람을 손으로 꼽을 만큼 진귀하다. 생물도감의 장점은 그림 보는 재미에 있다. 고래 종마다 물 뿜는 형태가 다르고, 물 위로 뛰어올랐다가 내려오는 곡선이 다양하다는 사실은 그림을 봐야 알 수 있다.(과거 포경선원들은 이렇게 고래를 식별했다.) 이를테면 모비딕의 향유고래는 증기기관차의 기적처럼 물줄기를 사선으로 내뿜고, 혹등고래는 엠(M)자 모양의 꼬리를 보여주고 바다 밑으로 떨어지는 ‘피니시’가 좋아 고래관광의 주인공이 됐다. 상괭이는 파도 위로 등판만 살짝 비친다. 밑동이 잘린 검은 고무타이어가 굴러가는 모습이랄까. 그래서 우리나라 연안에서 1만마리가 넘게 살아도, 상괭이를 봤다는 사람이 드물다. 이 도감을 보고 가면 놓치지 않으리라. 매혹적인 고래의 사진과 유려한 일러스트가 소장 욕구를 부추긴다. 불만이 있다면 고래 이름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해양수산부 산하 고래연구센터,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 그리고 국어사전이 부르는 명칭이 얽히고설켜 있다. 귀신고래를 쇠고래로 부르기도 하고, 대왕고래를 긴수염고래로 부르기도 한다. 영어로 ‘핀웨일’(Fin Whale)이라는 고래에 이르러선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고래연구센터는 ‘참고래’라고 부르는데, 국립생물자원관은 ‘긴수염고래’로 부른다. 반대로 ‘라이트 웨일’(Right Whale)을 ‘참고래’로 부르는 데가 있는가 하면, ‘북방긴수염고래’로 부르는 곳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 책은 이런 ‘호칭의 미로’에서 독자들에게 나침반을 제공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라틴어 학명이나 영어 이름을 봐야 하는데, 라틴어 학명은 한글로 표현돼 있고 영어 이름은 아예 없어 찾아보기 불편하다. 사전 기능을 하는 도감으로는 아쉬운 대목이다. (관계자들은 회의를 열어 ‘표준 고래맞춤법’을 제정해달라!)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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