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
“원문 효과 내려 어휘 등에 공들여”
배수아 ‘서울의 낮은 언덕’ 번역중
배수아 ‘서울의 낮은 언덕’ 번역중
영연방 소속 작가가 영어로 쓴 소설을 대상으로 삼는 맨부커상과 달리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영어로 번역된 소설에 주어지며 상금도 작가와 번역자에게 절반씩 나누어 지급된다. 그만큼 번역의 비중을 높게 본 것이다.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는 불과 6년 전 스무살이 넘은 나이에 한국어를 처음 공부하기 시작한 20대 젊은 번역가지만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으로 일약 ‘한국문학 세계화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데버러 스미스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런던대학교 동양·아프리카대학(SOAS) 한국문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스미스는 이달 말 나오는 <대산문화> 여름호에 기고한 번역 후기에서 <채식주의자>를 가리켜 “사회 금기에 도전하는 잔혹하고도 지극히 시적인 연작소설”이라며 “원문의 효과를 영어 번역문에 재현하고자 적확한 문장 구조와 어휘를 찾기 위해 공을 들여야 했다”고 밝혔다.
<채식주의자> 영역 출판을 지원한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상무(시인)는 한국인이 초벌 번역하고 원어민이 윤문을 한 번역 1세대, 외국인이 번역하고 한국인이 도움을 준 2세대에 이어 원어민으로서 한국어와 한국 문학에 통달한 단일 번역자들을 3세대 번역가로 꼽았다. 그는 “데버러 스미스를 비롯한 이들 3세대는 한국 문학의 번역 소개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준다”며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번역한 김지영, 지난해 대산문학상 번역 부문 상을 받은 독일어 번역자 얀 디르크스 등은 자발적으로 한국 문학 번역을 시작한 이들로서 번역 수준도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80년 5월 광주를 다룬 한강의 후속작 <소년이 온다> 역시 스미스의 번역으로 올 1월 영국에서 출간되어 <채식주의자> 못지않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는 안도현의 어른용 동화 <연어>를 영어로 옮겨 지난해 영국 팬 맥밀런 출판사에서 출간했으며, 배수아의 <서울의 낮은 언덕>과 <에세이스트의 책상> 등을 번역 중이다. 지난해에는 아시아 및 아프리카 문학 전문 출판사 틸티드 액시스를 설립해 한국문학번역원과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스미스는 새달 열리는 서울도서전에 맞춰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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