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수산. 사진 창비 제공
한수산 작가, 소설 ‘군함도’ 펴내
일제 조선인 징용 피해자 소재
13년전 쓴 ‘까마귀’ 대폭 개작
일제 조선인 징용 피해자 소재
13년전 쓴 ‘까마귀’ 대폭 개작
“한·일 과거사 문제는 흔들의자와 같습니다. 무언가 움직이는 것 같긴 한데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렇죠. 우리 세대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미래 세대에게 짐을 떠넘기는 꼴이어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소설이든 영화든 우선 문화 쪽에서라도 필요한 작업을 해야 합니다.”
어느새 70대에 접어든 소설가 한수산(70)이 일제 강제동원 조선인 피해자들 이야기를 다룬 소설 <군함도>(전2권, 창비)를 내놓고 18일 낮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 앞 해저 탄광 섬 하시마(군함도)와 원폭 투하지 나가사키를 배경 삼아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고난과 투쟁을 그린다. 2003년에 5권짜리로 출간했던 <까마귀>를 크게 손보아 다시 낸 작품이다.
“저는 젊은 시절에는 개인의 심성과 소회를 주로 다루다가 마흔이 넘은 나이에야 역사 문제에 눈을 떴습니다. 강제징용과 나가사키 피폭의 뒤엉킨 역사를 처음 만난 것은 일본에서 지내던 1989년 일본인이 쓴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책을 접하면서였습니다. 1993년에 신문 연재를 하다 중단했고 2003년에 책으로 낸 뒤에도 미진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어요. 작년 1년 동안 쓰고 자고 먹고만 계속한 끝에 비로소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다시 내놓게 되었어요. 한 작가가 27년 동안 이 문제에 이토록 매달려 온 까닭을 헤아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는 1990년 첫 군함도 취재 방문에서부터 한·일 수교 50주년을 앞둔 지난해 5월 <한겨레>와 함께 마지막으로 다시 방문하기까지 “횟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군함도 현장을 찾았다. <원폭과 조선인> 지은이 오카 마사하루 목사와 군함도 징용공 출신 조선인 고 서정우씨 등의 도움은 세부 묘사에 큰 도움을 주었다. <까마귀> 시절 원고지 5300매 분량에서 3500매를 잘라내고 1500매를 새로 써넣어서 재탄생한 <군함도>는 춘천 출신 징용공 지상과 그의 부인 서형, 지상의 탄광 동료들인 명국과 우석, 섬의 유곽에서 일하는 조선 여자 금화 등을 통해 강제징용과 피폭의 아픔을 그린다.
“빙산에 견주자면 문학이란 수면 위의 얼음을 그림으로써 그 아래 숨은 실체를 짐작하게 하는 것인데, <까마귀>에서 저는 수면 아래 실체를 드러내는 데에 너무 매달렸던 것 같아요. <까마귀>에서 상세히 다루었던 당시 국제정세와 강대국의 논리, 일본의 전시 상황, 원폭 제조 과정 같은 것들을 <군함도>에서는 거의 들어냈습니다. 주요 인물들을 춘천 출신으로 바꾸면서 소설 전체에서 춘천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1 정도 되게 고쳤고, 여주인공의 성격을 한결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쪽으로 바꾸었어요.”
<군함도> 뒷표지에 실린 추천사에서 문학평론가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는 “읽어나갈수록 점점 더 온몸에 소름이 돋고 눈에서 천불이 일게 하는 역작”이라고 이 작품을 평했다. 작가는 “사할린 문제와 BC급 전범 문제, 피폭 2·3세 문제 등 과거사 문제 취재를 시작한 것은 벌써 오래 전”이라며 “신께서 허락하신다면 작가로서 해야 할 일은 아직 많다”는 말로 의지를 표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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