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중국,
그 사랑과 욕망의 사회사
천성림 지음/소명출판·1만3000원
그 사랑과 욕망의 사회사
천성림 지음/소명출판·1만3000원
10세기 이래 1000년 동안 중국 남성들은 여성의 작은 발에 집착했다. 오대십국 시대 이래 부모는 딸아이가 서너 살만 되면 강제로 발을 칭칭 묶어 평생 자라지 못하게 만들었다. ‘전족 한 쌍에 눈물 두 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통스런 풍습이 1000여년을 이어간 건 왜일까?
먼저 여성의 정절을 강조하는 유교의 득세와 관련됐다는 견해가 있다. 전족으로 바깥활동에 제약을 줘 남자를 접할 기회를 줄이려는 이념적 동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북방 유목민의 침략의 산물이라는 시각도 있다. 유목민이 발이 작은 여성은 끌고 가기 어렵다며 약탈을 포기했기에, 민간에서 전족이 유행하게 됐다는 설이다.
<근대 중국, 그 사랑과 욕망의 사회사>는 다른 해석을 비춘다. “전족이 천년 넘게 이어진 것은 여성의 동조 없이는 불가능한데, 그것은 전족이 여성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농촌까지 전족이 유행한 건 “얼굴은 타고난 것이지만, 발은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삼촌금련’(9㎝ 크기의 작은 발)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남성들이 작은 발에 집착한 데는 중국 방중술, 작은 발이 엉덩이를 발달시켜 성적 쾌감을 높여준다는 속설 등이 영향을 줬다고 이 책은 바라본다.
1890년대 이후 건강한 부모 밑에 건강한 자녀가 태어난다는 근대 민족주의 우생학의 논리가 번지면서 전족도 결국 폐지된다. 이후 서구적 미 의식이 급속히 유입되면서 중국인의 성적 매력포인트도 풍만한 가슴으로 옮겨간다. 근대의 물결은 성적 욕망의 대상뿐 아니라 연애와 결혼을 비롯한 남녀관계와 의식 전반에 거대한 전환을 불러온다. 책은 성과 연애의 여러 측면을 조명하며 흔히 간과돼온 중국 사회문화사의 줄기를 훑는다. 대개 남성 시각에서 서술돼온 다양한 사료를 여성적 시점으로 분석하는데, 특히 여성 동성애의 서술에서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