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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21세기 미국에 간 플라톤, 철학 정곡 찌르다

등록 2016-06-02 20:15

플라톤, 구글에 가다
리베카 골드스타인 지음, 김민수 옮김
민음사·2만5000원
재기 넘치는 플라톤 철학 입문서다. 과학철학 전공자이자 소설가인 지은이가 환갑을 넘겨 작심하고 쓴 책으로 보인다. 지은이는 2400여년 전 아크로폴리스를 배회하던 플라톤을 21세기 미국으로 소환했다. 이유? ‘가치있는 삶’이란 고대 그리스인의 화두를 오늘 우리도 여전히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10개 장으로 이뤄진 <플라톤, 구글에 가다>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홀수 장에선 플라톤 철학의 정수를 시대적 상황과 맥락을 짚어 해설한다. 짝수 장에선 토가(고대 로마 시민이 입던 낙낙하고 긴 겉옷)를 걸친 플라톤이 직접 나선다. 구글 본사를 방문하고, 교육 토론회에 참석한다. 또 연애 상담을 거들거나, 케이블 방송 뉴스에 출연하기도 한다. 마지막 장에선 신경과학 연구 프로그램에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찍는 피험자로 나선 플라톤을 만날 수 있다.

21세기로 불려나온 플라톤은 ‘교양과 백치스러움을 동시에 갖춘 이상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툭툭 던지는 질문과 간결한 대답 속에 플라톤(또는 지은이)의 철학적 성찰이 배어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구글 본사를 방문한 플라톤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알려진 검색엔진 구글의 작동 원리를 묻는다.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설명에 플라톤은 이렇게 꼬집는다. “우리가 쓰는 도구를 알지 못하면, 그 도구를 위한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지은이는 플라톤이 등장하는 장마다 글의 형식을 달리하는 ‘멋’까지 부렸다. 바뀌지 않는 것은 대화체로 줄거리를 풀어간다는 점이다. 홀수 장에서 쏟아낸 해설과 질문을, 짝수 장에서 플라톤과 대화를 나누며 풀어가는 방식이다. 책 구석구석에는 <소크라테스의 변명> <국가> 등 플라톤이 쓴 저술 속 구절이 자연스레 녹아 있다. 지은이는 이렇게 강조한다. “우리를 중요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 즉 우리가 가진 최대치의 능력을 끌어내 신과 같은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은 이성에 바탕을 둔 우리의 노력이다.” 부제로 ‘철학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적은 것도 이 때문이리라.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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