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전쟁
신승근 지음/삼인·1만3000원
신승근 지음/삼인·1만3000원
민주주의 역사는 세금을 둘러싼 투쟁사다. 국가든 촌락이든 공동경비가 필요하므로 돈을 내기는 하겠는데 우리 대표랑 상의 좀 하고 걷으면 안 되겠니 묻는 이들이 힘을 키워온 과정이었다. 정치를 한정된 자원의 합리적 배분 과정이라고도 정의하는데, 이는 정치가 세금을 어떻게 걷어서 어디에 우선적으로 쓸 것인가 논의하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세금 전쟁>이 부제를 내건다면 ‘조용히 낼 것인가, 아니면 싸울 것인가’ 정도 되겠다. 국립세무대학 출신으로 국세청과 국회 정책연구위원으로 조세정책을 다뤄온 지은이 신승근은 이렇게 넌지시 묻는다. 법인세 내리든 말든, 재벌들 탈세하는 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는 이들에게 “구멍 난 세입을 메울 돈이 당신들 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면?”이라고.
국세 수입 중 가장 덩치가 큰 세목은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다.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개인들이 부담하는 소득세는 12조원 늘었다. 같은 기간 법인세는 제자리다. 거칠게 얘기하면,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법인세율 인하와 부자 감세 탓에 나라와 서민은 가난해지고 재벌 대기업에는 현금이 쌓였다. 국민 건강을 핑계로 담뱃값을 올린 뒤 1조원 이상의 세금을 더 걷어 재미를 본 정부는, 건강에 좋지 않은 술에, 환경을 오염시키는 자동차 브레이크 패드와 경유에도 비슷한 논리로 세금을 올리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나 최저임금 시급의 아르바이트 학생이나 동일하게 부담하는 부가가치세의 세율을 인상하려 들 것이다.
<세금 전쟁>은 학술서적도, 절세의 지혜를 가르치는 책도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던 세금 이슈를 누구의 눈으로 어떻게 봐야 하는지, 내 세금 많다고 불평만 말고 왜 우리 세금 부담이 자꾸 커지는지에 더 관심을 두라는 책이다. 세금은 복잡한 방정식이 아니라 산수다. 누군가 덜 내면 내가 더 내는 구조다. 제로섬 게임, 아니 지은이 주장대로 제로섬 전쟁이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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