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의 서사
-독일 통일을 다시 본다
김영희 지음/창비·2만5000원
-독일 통일을 다시 본다
김영희 지음/창비·2만5000원
두 번이나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독일은 1949년 모든 유럽인들의 ‘축복’ 속에서 분단됐다. 그 때문에 외부 세력과의 대화는 독일 통일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중앙일보> 국제 문제 대기자인 김영희 기자는, 독일 통일 25년을 맞아 펴낸 책에서 무엇보다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동서독 사이의 내적 통합 과정뿐 아니라 외적 조건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지은이는 독일 통일이 ‘아데나워의 서방정책’과 ‘브란트의 동방정책’, 그리고 ‘콜의 통일외교와 동서독 통일협상’의 3단계로 진행됐다는 관점에 따른다. 전후 콘라트 아데나워 서독 총리는 서유럽 국가의 일원이 되는 것이 독일 재기의 근본적인 조건이라 생각하고 이를 ‘서방정책’으로 실현했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외교의 달인 에곤 바르와 함께 공산권의 핵심인 소련을 대상으로 한 ‘동방정책’을 적극적으로 펴, 모스크바 조약 등의 성과를 이뤘다.
여기에 더해,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단행했던 개혁(페레스트로이카)·개방(글라스노스트) 정책과 1989년 일어난 동유럽 시민혁명이 결정적인 외적 조건이 됐다. 1989년 독일 시민들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자, 총리였던 헬무트 콜은 ‘독일 통일은 유럽 통합의 일부’라는 논리를 앞세워 이웃 국가들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외교에 총력을 기울여 끝내 통일을 실현했다.
지은이는 한반도 통일에서도 대화, 곧 외교가 기초라고 주장한다. 한반도 통일에는 미중 패권경쟁, 한중일 관계, 한반도 문제 등 세 가지 차원의 문제가 모두 걸려 있기 때문이다. “대화가 인도적 지원으로, 인도적 지원이 풀뿌리 교류로, 그 교류가 과정으로서의 통일 또는 사실상의 통일로 이어지고 이 모든 것들이 축적되어 남북한 신뢰가 쌓이고 북미수교, 휴전체제의 평화체제에 의한 대체로 이어지면 정치적·법적 통일의 날이 온다.” 이런 관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실착”, “사드 배치까지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중국 외교는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등의 실질적인 조언들도 내놓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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