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경제학
윤기향 지음/김영사·1만9000원
윤기향 지음/김영사·1만9000원
숫자와 그래프, 공식이 넘친다. 간명한 논리를 위해 동원한 수학은 아찔하다. 그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경제학이다. 하지만 경제학이 경제학자의 전유물은 아니다. 하루 먹을거리를 고민하는 서민들한테도 경제학은 있다. 좀더 많이 벌 수 없을까? 좀더 행복해질 수 없을까? 이때 경제학은 수학이 아니라 철학이고 정치이며 이데올로기다.
<시가 있는 경제학>은 숫자 대신 시를 곁들인다. 실증주의의 대표 학문이라 할 경제학에 감성의 첨단인 28편의 시를 결합한 것은 얼핏 불협화음 같다. 하지만 미국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의 인기 교수인 지은이가 혁명을 기도한 것은 아니다. 애덤 스미스부터 자본주의 4.0을 주장한 아나톨 칼레츠키까지 경제사를 쭉 훑으며 한쪽에 치우침 없이 중요한 경제 이론과 쟁점, 정책과 대안 등을 생활인의 눈높이에 맞춰 다룬다.
경제학 개론처럼 보이지만 몇몇 대목에서는 한국 경제에 대한 날카로운 현실 감각을 드러낸다. 가령 한국의 3%대 낮은 실업률은 통계 방식에 따른 착시다. 일자리를 찾다 찾다 포기한 사람이나 취업준비자, 고시생 등을 포함해 따지는 고용률은 64%대로 주요 선진국의 70%대에 비해 크게 낮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3대 근처로 정책 당국자는 상당히 평등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수성가한 부자는 20%인 반면, 물려받은 금수저는 80%인 우리 사회에서 흙수저의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는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은 지니계수나 실업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지만 자수성가 부자와 상속 부자의 비율이 8 대 2다. 국민총소득에서 노동의 몫은 갈수록 줄고, 자본의 몫은 늘어만 가고 있다. 65살 이상 노년층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운데 최고인 48%대다.
성장은 행복한 삶의 기초다. 기술발전은 그 동력이다. 혁신은 멈출 수는 없다. 그러나 분배의 문제는 사람들의 마음을 괴롭힌다. 어디서 해법을 찾을 것인가? 사적 이윤과 공동체 이익의 경계선을 찾으려는 합리적인 노력. 여기에 욕심을 버린 검박한 중용의 마음가짐이 참된 경제학 아닐까.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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