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위한 정치
김민웅 지음/한길사·각권 2만2000원, 1만9000원 검색이 사색의 자리를 대신한 지 오래, 인간의 삶이 소재이자 주제인 인문학은 먹고사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엉뚱한 이유로 대학에서도 냉대를 받고 있다. 반면, 시장에서 제법 팔리는 인문학은 ‘지금, 여기’와는 동떨어진 지적 유희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대와 지성을 탐험하다>와 <인간을 위한 정치>에 각각 ‘김민웅의 인문정신 1·2’라는 부제를 달아 펴낸 김민웅은 이런 유행을 경계한다. 인문학은 우리 삶, 우리 사회와 만나야 하며 그런 인문학이 생각의 길을 열고 삶과 생명, 희망을 여는 인문정치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시대와 지성…>에서 그가 만난 인류 지성사의 모험적 탐색자(path finder)들을 소개한다. 사유하고 성찰하면서 질문을 멈추지 않아 그런 지적 도발이 “당대의 몰이해와 적대적 시선에 의해 궁지에 몰리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대의 지평을 여는 위대한 디딤돌”이 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벗 엥겔스부터 세계체제론의 월러스틴까지, 진보정치의 순교자 조봉암부터 흙의 철학자 윤구병까지, 시공을 넘나들며 지성사의 큰 봉우리 30여개를 산책한다. 그들의 삶과 사상을, 깊지는 않지만 넓게 훑어본다. 고전으로 가는 안내자 구실로는 넉넉하다. 지은이가 인문학은 물론, 정치철학과 국제정치학에 신학까지 공부한 르네상스형 지식인인데다 목회자·언론인·교수라는 다양한 직업을 거쳐왔기 때문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김민웅의 지성사 산책’의 진짜 목적은 우리 사회와 삶을 들여다보기 위함이었음이 <인간을 위한 정치>에서 드러난다. 두번째 책의 고갱이는 제2부 ‘망각과의 싸움’이다. 지은이는 벌써 옛일이 돼버린 듯한 세월호, 용산 참사를 비롯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을 불러내면서 “기억을 끊임없이 불러들이는 일이 모든 정치행위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가 폭력이 되고, 기만이 되고, 타락한다면서. <프레시안>을 비롯해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다듬어 묶은 글이라 다소 산만하다는 점은 아쉽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