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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사랑의 예언자’ 프롬의 모든 얼굴

등록 2016-07-01 08:31수정 2016-07-01 08:36

에리히 프롬 평전
로런스 프리드먼 지음, 김비 옮김/글항아리·2만8000원

에리히 프롬(1900~1980)은 실로 다양한 얼굴을 지닌 입체적 인물이다. ‘사회심리학’의 개척자로 불리는 그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카를 마르크스를 자양분으로 삼아 한평생 현대사회와 인간 존재를 탐구한 학자였다. 한때 ‘비판 이론’의 본거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연구소에 몸담았으나 프로이트 이론에 대한 시각 차이 등으로 다른 길을 걸었고, 미국으로 옮겨간 뒤로도 미국 학계에 융화되지 않고 줄곧 자신만의 길을 고수했다.

대신 그는 ‘대중 지식인’으로서 좀 더 광범위한 대중과 호흡했고, <자유로부터의 도피> <사랑의 기술> <소유냐 존재냐> 등 수많은 전세계적 베스트셀러들을 남겼다. ‘민주적 사회주의’를 주창하며 미국 사회당에 가입해 정치활동을 했고, 반전·반핵을 앞세우는 평화운동의 중심적 인물이자 재정적 후원자였다. 때로 고위 정치인들의 외교정책에 조언자 구실을 하기도 했다.

전기 작가이자 역사학자인 로런스 프리드먼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2013년 출간한 <에리히 프롬 평전>은 이처럼 다채로운 프롬의 면모를 충실하게 그려낸 책이다. 프롬의 세번째 아내가 남편의 말에 따라 그가 세상을 떠난 뒤 개인적인 서신들을 대부분 파기했기 때문에, 지은이는 문서자료 수집뿐 아니라 프롬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해 그의 생애와 사상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프롬의 생애와 사상을 꿰뚫는 열쇳말은 ‘사회적 성격’이라 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 연구소에서 독일 노동자들의 심리 상태를 연구하던 프롬은 인간이 자아를 질식시키는 권위주의에 순응하고 있는 모습을 포착했고, 인간 본성의 중심을 리비도적 충동으로 풀이하는 전통적인 프로이트 이론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인간의 삶이 사회적 구조와 문화에 의해 형성된다는 사실에 중점을 두고, 어떻게 하면 현대사회가 생명과 사랑, 성장과 즐거움 등 ‘인본주의적’ 가치를 만들어내도록 할 수 있을까를 깊이 고민했다. <사랑의 기술>(1956)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1966) <소유냐 존재냐>(1976) 등 베스트셀러들은 이런 프롬 사상의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지은이는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내려놓지 않았던 프롬의 인본주의가 그로 하여금 예언자적 성격을 띠게 만들었다고 봤다.

이 책에서 드러난, 그동안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프롬의 면모 가운데 하나는, 그가 윌리엄 풀브라이트, 아들라이 스티븐슨,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 등 미국의 유력 정치가들과 직접 접촉하며 정책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은이는 냉전이 극에 달했던 시기 케네디가 소련에 군비 감축과 비핵화를 제안하는 데 프롬의 글과 조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프롬은 “뛰어난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평화·인권운동가들과 그들의 연합 세력들, 그리고 신중한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다”고 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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