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기 지음/아트북스·1만8000원 유명한 미술품은 비싸다. 서민들은 범접하기 어렵다. 옛날에는 더 말할 나위 없다. 권력자와 부자들이 오로지했다. 황제와 여왕, 부호들이 초상화와 동상, 벽화 제작에 막대한 돈을 썼다. 미적 감상 이상의 목적이 심층에 깔렸다. 강렬한 시각 효과를 통해 권력과 부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이미지 전략이다. <권력이 묻고 이미지가 답하다>는 미술작품에 깔린 이 정치 코드의 역사를 좇는다. 조각상은 권력자의 이미지 관리에 가장 중요한 매체가 돼왔다. 로마 황제들은 두상이나 전신상, 기마상 등을 공공장소나 광장 등에 전시했다. 황금기엔 외관 미화 없이 주름까지 묘사하는 사실적인 조각을 제작했다. 말기로 갈수록 사실성을 무시한 채 거대함만 강조했다. 4세기 로마 쇠망의 분기점을 통치했던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석상은 남아 있는 두상 부분만 높이 2.6m다. 좌상 전체는 10m로 추정된다. “불안한 사회는 강력한 존재를 요구하며”, “위태로운 사회에서는 실제보다 능력을 과장하여 환상을 심어주어야 했을지도 모른다”고 책은 분석한다. 여왕의 초상화를 다룬 대목도 흥미롭다. 소 마르쿠스 헤라르츠가 그린 엘리자베스 1세 초상은 하얀 공작새 같은 의상의 여왕이 지도를 밟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눈부시고 순결하며, 당당한 위용이다. 강한 힘을 소유한 여자를 불안해하는 가부장제의 사회심리를 의식한 전략으로 풀이한다. 엄청난 권력을 지녔으되 연약하고 순결한 여성이라는 이중성을 내비친다는 것이다. 이런 코드 읽기는 ‘지금 여기’의 이해에도 시사점을 준다. 예컨대 “박근혜 대통령이 시대에 맞지 않게 어머니의 헤어스타일을 고집하는 건 거기에 표가 있기 때문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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