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두부장사하던 소상인 대표이니 동네서점도 지켜야죠”

등록 2016-07-07 19:50수정 2016-07-07 22:03

[짬] 비례대표 서울시의원 김진철씨
비례대표 서울시의원 김진철씨
비례대표 서울시의원 김진철씨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7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역 중소서점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지역 중소서점은 지원이 필요한 소상인에 해당하지만, 책이라는 지식 공공재를 취급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국민 대다수가 책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얻고 있는데 지역서점(동네서점)들이 없어지면 책에 대한 접근 통로가 줄어들고 결국 국민들 다수가 큰 손해를 보는 만큼 보호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

지난 1일 서울 덕수궁길에 있는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진철(50·사진·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조례 제정에 앞장선 이유를 들어봤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에 발의했는데, 문체위(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이냐, 기경위(기획경제위원회) 소관이냐는 문제로 좀 늦어졌다”고 말문을 텄다. “책은 원래 문체위 소관이지만 동네서점도 소상인이니 내가 소속된 기경위에서도 다룰 수 있는 사안이었다.”

‘조례’는 서울시장이 지역서점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3년마다 지역서점지원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이를 위한 심의·자문기구로 지역서점위원회를 둘 수 있게 하는 등 동네서점 지원 기본틀을 담고 있다. “원래 발의안에 들어 있던 수당 지급이나 장수 서점 지원, 지역서점 인증제, 도서 우선조달 계약, 업무위탁, 표창 등 구체적인 지원책을 명시한 조항들이 법령에 근거를 두지 않아 자의적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에 수정안에서 빠졌다. 정말 아쉽다. 국회에서 관련 상위법을 제정하면 그런 문제도 해결될 텐데….”

김 의원은 그 자신 소상인 출신이다. “지난 20년간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살면서 망원시장에서 두부 장사를 했다. 지금도 아내가 아들과 함께 내 대신 꾸리고 있다.”

그가 2014년 비례대표 시의원이 된 것은 2012년 대형마트 홈플러스와의 싸움이 계기가 됐다. “인근 합정동에 홈플러스 매장 4개가 이미 시장을 에워싸고 있었는데, 또 홈플러스 대형 매장이 들어온다고 해서 결사적으로 싸웠다.” 그때 조직된 지역 소상인들의 비상대책위원회 총무를 맡았던 그는 “뒷받침만 했지 앞에 나서진 않았다”고 겸손해한다.

김 의원은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금도 왼쪽 다리가 불편하다. “4살 때 수술을 해 그나마 걸을 수 있다. 아버지는 ‘앉아서 하는 일을 해라. 그래야 먹고 살 수 있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하셨다. 그래서 한의사나 약사가 되려고 노력도 해봤으나 그럴 성적이 되지 못했다.”

2012년 망원시장-홈플러스 싸움
비대위 총무로 ‘윈윈 협상’ 이끌어
더민주 을지로위원회 ‘비례’ 발탁

소아마비·고졸 딛고 늦깎이 공부
‘지역중소서점 활성화’ 조례 발의
최근 서울시 전국 처음으로 제정

홈플러스와의 싸움은 나름 ‘윈윈’으로 끝났다. 비대위는 홈플러스에 1차 산품인 무·배추·사과 등 15가지 판매를 포기하면 들어와도 좋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랬더니 홈플러스 쪽에서 그건 아예 장사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반발했다. 그래서 1차 산품에서 소고기 국거리 하나만 넣고 나머지 14가지는 2차 산품인 순대·떡볶이·건고추·망고 등으로 바꿨다. 또 망원동 시장 근처 목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점을 철거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홈플러스에서 이를 수용했고, 지역 소상인들은 익스프레스점이 없어지니 좋아했다.

‘갑질’하는 기업들에 희생당하는 비정규직이나 영세상인 등 약자를 지원하고자 생긴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는 그런 활동에 주목해 2014년 시장 상인 대표 자격으로 그를 시의회 비례대표 의원에 천거했다. “의회에 들어와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관련 전문용어를 잘 몰라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보람도 느낀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김제고를 나온 그는 시의원 활동을 좀 더 잘하고 싶어 지난해 3월 경희대 사이버대학 엔지오(NGO)학과에 들어가 늦깎이 공부를 하고 있다. “늘 책을 들고 다니면서 한 구절씩이라도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그의 책상 위에는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놓여 있었고, 책장에는 <담론>과 <강의>도 꽂혀 있었다.

김 의원은 “출판사의 책 납품 가격비율(공급률)부터 온라인 대형서점은 정가의 59%, 대형 오프라인서점은 61%인데 동네서점은 71~73%로 높아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점마저 대형 재벌유통업체들이 장악하면 결국 책과 국민들 거리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데 대한 쓴소리로 들렸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원 106명 중에 비례대표는 10명에 불과하다. 여야 각각 5명씩 중에 3명씩 6명은 여성 몫이다. 말하자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비례대표 시의원으로서 그는 불편한 다리 대신, 스틱과 오토바이를 이용해 현장을 열심히 누비고 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