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김승교 변호사 주장 과거 냉전구조때 규정 남북 화해협력 기조 거슬러
적어도 현행 헌법에서 대한민국은 한반도를 아우른다. 헌법 제3조 영토조항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승교 변호사가 이 조항의 개선 또는 삭제를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통일위원회 위원인 김 변호사는 27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한 학술대회에서 이 조항이 “북한의 실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자리는 지난 9월19일 북핵 6자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을 주제로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원장 이장희)이 주최한 심포지엄이었다. 김 변호사는 발표문을 통해 현행 헌법의 영토조항을 9·19 공동성명의 대표적 걸림돌로 꼽았다. 김 변호사가 보기에 북한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국제법상 주권국가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북한은 이미 세계 150여개 국가와 정식 수교를 체결했고 유엔에도 가입했다.
이 영토조항을 확대하면 북한주민에 대한 대한민국의 관할권이 인정된다. 이 경우 대한민국은 북한 주민 전체, 특히 탈북주민들에 대해 외교적 보호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 그러나 “국제법적으로 중국 등을 상대로 한국이 재외 탈북자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게 김 변호사의 판단이다. 과거 동서독의 경우에도 “서독은 동독 거주민, 동독여권 사용자에 대해서는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외국 주재 서독 대사관·영사관(에 들어온 동독주민)에 대해서만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영토조항은 과거 냉전구조 아래서 북진통일론을 배경으로 규정된 것”인데다 “동서냉전 해소와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 화해협력 기조를 거스른다”고 지적했다.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남북기본합의서(1991년)를 비롯해 여러 남북 합의사항 등과도 양립하기 어려운 규정이다.
김 변호사는 “헌법의 평화통일조항 등과 상충하고 남북간 화해협력에 장애물이 된 영토조항을 개선·삭제하고, 북한의 국가성과 합법적 실체성을 인정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다만 관련 개헌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하는 국가형성이라는 미래의 목표를 제시하는 조항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같은 학술대회에서 “남북기본합의서 등을 국회에서 비준처리해 이 합의서의 국내법적인 규범성을 높이면서, 남북이 한반도의 진정한 비핵지대화를 이루기 위해 하루 빨리 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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