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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박정희 시대’

등록 2005-10-28 17:52수정 2006-02-10 14:56

다시 불붙은 ‘박정희 시대’ ‘대한민국을 위한 3대논쟁’ 토론회
다시 불붙은 ‘박정희 시대’ ‘대한민국을 위한 3대논쟁’ 토론회
“정치적 자유없는 발전은 허구” “하나의 역사적 소임 했다”
‘대한민국을 위한 3대 논쟁’ 토론회

지난 26일 서울 와이더블유씨에이(YWCA)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한겨레> 26일치 19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학술대토론회 자리였다. 이념성향이 비교적 대비되는 학자들이 논전을 벌였다.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는 자리였는데, 공교롭게도 가장 뜨거운 쟁점은 ‘박정희 시대 평가’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90년대 이후 박정희 향수는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짚었다. “박정희 시기 경제성장에 대한 과대평가”도 여기에 큰 몫을 했다. 이런 정서는 “경제적 안락만 보장된다면 다른 건 문제될 게 없다는 극단적 물신주의와 정치허무주의로 연결돼, 극우의 발호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정신적 토양을 형성하고 있다.”

이 교수는 “후발공업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독재가 불가피하다”, “박정희 시절의 성장은 분배에도 기여했다”는 두가지 주장을 논박하는 데 주력했다. 이 교수는 “박정희 시대를 거치면서 땅값이 180배 이상 올랐는데, 이로부터 이익을 취한 특권계층에 대한 분석없이 단순 임금 수준의 분배만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독재와 경제성장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 전후 백수십여개 나라를 실증 분석한 결과”라며 “특히 정치적 자유는 발전의 핵심요소이며 정치적 자유없는 발전이란 허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도 “경제성장의 수치로만 보면, 과거 소련의 스탈린이 역사상 최고의 지도자일 것”이라며 “학살과 인권탄압을 통해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경제성장’을 이뤄낸 것을 기여라고 한다면, 심지어 일제의 식민통치까지도 칭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진 서울대 교수는 “과연 박정희 대통령이 없었다면 경제성장이 불가능했는지, 당시의 경제성장이 1997년 이후 경제위기와 무관한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광호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박정희 시대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업적을 이룬 중요한 시기”라며 “독재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만든 게 아니라, 그 시대 사회 전반적 분위기가 그랬다”고 반박했다. 유 교수는 “실패한 남미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우리는 당시 ‘다행스런 지도자’를 가졌던 것”이라며 “87년 민주화 운동을 이끈 ‘넥타이 부대’도 경제성장의 결과”라고 말했다. “박정희 시대가 하나의 역사적 소임을 했다고 평가하는 게 옳다”는 게 유 교수의 판단이다.

강문구 경남대 교수는 “박정희 향수가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많은 지식인들이 박정희식 발전모델에 대해 암묵적으로 지지했던 사회현상을 봐야 하고, 이는 지금도 연구 대상”이라고 짚었다. 박정희를 둘러싼 찬반 양론 식의 접근에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강 교수는 나아가 정치적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바로 연결시키는 시도에도 물음표를 달았다. 강 교수는 “민주주의가 모든 사회경제적 갈등과 불평등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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