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헌법 지키려는 일 행동파 지식인들
아베정권 사상적 배경·지지세력 분석
“개헌, 한반도에 일본군 온다는 얘기”
아베정권 사상적 배경·지지세력 분석
“개헌, 한반도에 일본군 온다는 얘기”
고모리 요이치 외 4인 지음, 김경원 옮김/책담·1만6000원 동아시아 정세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갑작스레’ 사드(THAAD) 배치를 결정한 데 이어,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국제 상설중재재판소가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면서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과 미국의 군사적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인데, 일본 쪽도 걱정이다. 지난 1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공명당 등 개헌세력이 압승해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것이다.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 동아시아 무대에 다시 등장할지 모른다. <전쟁국가의 부활>은 지난해 8월 일본에서 ‘군사입국에의 야망’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으로, 아베 정권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다각도로 분석했다. 출간 당시 아베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가능하도록 하는 ‘안보법안’(신법 1개, 기존법 개정 10개)의 의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었다. 전국적으로 이에 반대하며 ‘평화헌법 수호’ 운동이 펼쳐졌지만, 올해 3월 말 안보법안이 발효되면서 ‘2015 안보투쟁’은 실패로 끝났다. 책의 지은이들은 이 투쟁에 앞장섰던 ‘행동하는 지식인’(주로 대학교수)으로, 아베 정권의 참모습을 드러내려 노력했다. 2015 안보투쟁의 성패와 별개로 우리가 참조할 대목이 많다. 책은 크게 다섯 대목으로 구성돼 있다. ‘군사대국을 노리는 아베의 개헌 전략’(1장)은 일본 우익이 어떤 식으로 평화헌법의 무력화를 끊임없이 추구해왔는지 역사적 흐름에 따라 정리했다. 1954년 창설된 자위대의 해외 파견 형태 변화를 살펴보는 게 핵심이다. 이는 미일 군사동맹 체제 아래 평화헌법 조항을 야금야금 먹어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일본 우익 세력과 재계의 움직임을 살펴본 대목(3, 4장)은 아베 정부의 우경화를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듯하다. 이를테면 여러 우익 단체가 모여 1997년 결성한 ‘일본회의’는 헌법을 개정해 천황 중심의 나라를 만들자고 하는 곳인데, 같은 해 중·참의원 의원들이 모여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를 구성했다. 우익 단체와 우익 의원모임이 연대해 헌법 개정과 역사교과서 공격에 나선 것이다. 3차 아베 내각의 대신 19명 가운데 15명이 이 의원모임 소속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우파 정치인들만이 일본의 군사대국화 흐름을 주도하는 건 아니다.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일본경제단체연합회(일본경단련)는 개헌 추진에 적극 찬성한다. 총회를 통해 특별히 설치한 위원회가 2005년 작성한 ‘일본의 기본 문제를 생각한다’라는 문서 등이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일본경단련은 이들 문서를 통해 헌법의 평화 조항(9조2항)을 개정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미국에 대한 지원 활동을 강화하라고 주장했다. 또, 일본경단련의 유력 위원회 가운데 하나인 방위생산위원회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군사산업의 발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일본 패전 처리와 아시아’(5부)는 일본의 과거사 청산이 미봉책에 그치면서 지금까지도 아시아인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그렸다. 아시아태평양전쟁 당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민중은 일본군의 점령으로 큰 고통을 겪었지만 제대로 배상받지 못했다. 중국과 한국의 경우 식민지배에 대해 국가 차원의 배상을 포기한 것과 무관하게 개인의 청구권은 인정돼야 한다는 글쓴이의 지적이 반갑다. 우리의 위안부 문제를 아시아적 시각에서 조망해 볼 수 있다. 김동춘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는 추천 글에서 “일본의 개헌은 전쟁할 수 있는 체제를 완성시킬 것”이라며 “일본의 전쟁은 미국이 참전했을 때 일본군이 동원되는 형태로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결국 일본의 개헌은 곧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또다시 일본이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지은이들은 일본의 우경화를 역사적, 구조적으로 정리하면서 풀뿌리 운동만이 이를 막을 수 있다고 일본 독자들에게 호소한다. 우리 독자 입장에선, 일본 우경화의 진면목을 엿볼 기회이지만, ‘너무’ 구체적인 대목에선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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