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성우제 지음/강·1만4000원 시사주간지 <시사저널> 창간 때부터 기자로 일해오다 2002년부터 캐나다 토론토로 삶터를 옮긴 성우제 전 기자가 자신의 ‘스승’들에 대한 책을 펴냈다. 책을 읽다 보면, 지은이의 넘치는 ‘스승 복’에 부럽다 못해 샘이 난다. 지은이는 대학원에서 불문학을 전공하면서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 강성욱 교수, 황현산 교수를 스승으로 모셨는데, 이들의 모습은 마치 아버지 같다. “힘들 때 ‘에스오에스’(SOS)를 보내라”는 김화영 선생의 편지, 술자리를 파하면서 “집에 가서 샤워하고 책 보다 자거라” 하는 강성욱 선생의 입버릇 등 지은이가 소개하는 이들의 모습 속엔 따뜻함이 충만하다. “딸깍, 열어주다”라는 책 제목은, 주장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고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제안하는 황현산 선생의 방식에서 따왔다. 군사 정권을 성토하는 학생 집회를 온몸으로 지켜줬던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 “머리가 허연 사람도 소년 같은 꿈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준 고교 은사 고 전신재 한림대 명예교수, <시사저널>에서 언론인으로서 길을 틔워준 ‘안깡’ 안병찬 기자, 선배 기자로서 편집국장을 지낸 소설가 김훈, 커피의 맛을 알려준 고려대 근처 커피집 ‘보헤미안’ 주인 박이추씨, 캐나다에서 시작한 새로운 삶에 길잡이가 되어준 김종성씨도 지은이가 모신 스승이다. ‘스승 복’을 마냥 부러워하던 마음은 “‘스승이 없는 시대’라지만, 따지고 보면 ‘스승을 잊고 사는 시대’”라는 지은이의 말에 굳어버렸다. 세상에 스승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다만 제 발로 찾지도, 제대로 모시지도 않았을 뿐이다. 아련한 기억 속 여러 스승들의 모습을 더듬게 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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