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정재정/을유문화사·1만8000원 일본의 1000년 고도 교토에는 일본군이 임진왜란 때 조선인들의 귀와 코를 베어다 묻은 무덤인 ‘이총’(耳塚)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은 전승의 근거로 일본에 조선인의 코와 귀를 베어 보냈다. 처음에는 목을 베어서 보냈으나 부피가 너무 커서 많이 보낼 수 없자, 귀를 보내는 것으로 바꿨다. 나중에는 한 사람당 두 개씩 있는 귀로는 살상의 숫자를 부풀릴 수 있다고 하여, 한 사람당 한 개씩만 있는 코로 바꾸었다. 일본군에게 코와 귀를 베인 조선인은 적어도 10만명에 이른다는 추정이 유력하다. 이총을 만든 표면적 이유는 죽은 조선인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서울과 교토의 1만년>은 일본인들이 이총을 만든 속내에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위엄을 높이고 전승을 축하하며, 전공을 후세에 전하기 위한 마음이 자라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들도 즐겨 찾는 대표적 관광지인 교토는 한국과 일본의 오랜 관계가 도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지은이 정재정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교토라는 도시를 매개로 한-일 관계사를 적고 있다. 교토에 스며 있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는 백제계 도래인(이주민) 후손인 사카노우에노 다무라마로가 창건했다는 ‘기요미즈데라’의 예처럼 교류의 흔적도 있지만, 이총처럼 어두운 과거사의 흔적인 경우가 많다. 일본 정부가 10억엔(111억원)을 한국의 이른바 ‘화해·치유 재단’에 출연하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하는 일이라 밝히고, 한·일 양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서둘러 봉합하는 요즘이라서 그런지 책을 읽다 보면 더욱 서글퍼진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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