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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경제적 불평등이 부패 낳는다

등록 2016-09-29 19:31수정 2016-09-29 19:49

동아시아 부패의 기원
유종성 지음, 김재중 옮김/동아시아·2만3000원

박정희 우상화 작업이 한창이다. 우러러보지 않을 수 없는 높이의 동상을 세우고 발자국을 남긴 곳마다 기념관을 짓는다고 난리다. 우상을 위해 수천억원을 쏟아붓고 ‘탄신’ 100돌 기념우표를 찍는다. 뛰어난 지도자 한 사람에 의해 어느 날 갑자기 발전한 나라는 지구상에 실재하지 않는다. 역사가 아니라 신화 속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동아시아 부패의 기원>은 민주주의와 불평등, 그리고 부패의 상관관계를 한국과 타이완(대만), 필리핀의 사례로 분석한 학술서다. 식민지배와 냉전시기 미국의 강력한 지원과 영향이라는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가진 세 나라를 비교·분석하다 보니 부수적으로 근대화의 신화, 우상 박정희와 마주 선 것이다. 초창기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을 지낸 지은이 유종성은 ‘우리가 누구 덕분에 이만큼 먹고사는데?’라는 물음에 박정희가 아니라 토지개혁이라고 답한다. 한국과 타이완이 1950년대 성공적인 토지개혁을 통해 지주 권력이 해체되면서 “교육의 확대로 인해 능력주의 관료제가 확립되었고 산업화에 필요한 양질의 노동력도 제공되면서 상대적인 국가자율성 및 발전국가의 기반이 만들어진” 반면, 필리핀은 과거 지주 세력이 소수 가문으로 남아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고 부패를 심화시켰다고 논증한다. 재벌·대기업 중심의 한국과 중소기업 중심의 타이완의 부패 정도를 비교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지은이는 한국이 후발 개발도상국에 새마을 운동을 수출할 게 아니라 농지개혁의 경험을 나누는 게 낫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더해 잘못하면 한국처럼 다시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까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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