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과 황태자> <땅콩껍질 속의 연가> <발로자를 위하여>의 소설가 송영씨가 14일 오전 5시 지병인 식도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6.
송영씨는 1940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한국외대 독어과를 졸업했다. 1967년 <창작과비평>에 단편 ‘투계’로 등단한 뒤 폐쇄된 공간에 갇힌 인물들의 삶과 의식에 대한 묘사로 주목받았다. 1970년작인 중편 ‘선생과 황태자’는 작가의 자전적 체험이 녹아 있는 대표작으로, 세계의 거대한 벽에 부닥쳐 좌절한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렸다는 평을 들었다. 1970년대에는 신문연재소설로 명성을 날리며 장편소설 <또 하나의 도시> <금지된 시간> 등을 펴냈다.
2003년에 낸 소설집 <발로자를 위하여>의 표제작은 사회주의가 무너진 뒤 러시아를 여행할 때 통역으로서 만난 청년 ‘발로자’의 이야기인데, <당신들의 대한민국> <비굴의 시대> <주식회사 대한민국> 같은 책으로 잘 알려진 귀화 한국인 박노자가 바로 그 청년이다. ‘작가의 말’에서 송영은 “국적과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이 우정은 내게 아주 소중하고 신선한 경험이었고 지금은 멋진 기억이 되었다”고 밝혔다.
음악과 바둑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는 음악 산문집 <무언의 로망스> <송영의 음악여행> 등을 펴내기도 했다. 1974년 한국작가회의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창립 회원으로 참여했으며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과 부회장 등을 역임했고 1987년 제32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영란씨와 아들 시원(미래에셋생명보험 직원)씨가 있다. 빈소는 성남시장례식장 5호실에 차려졌고 발인은 17일 오전 9시로 예정됐다. (031)752-0404.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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