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이 지음/유유·1만4000원 길지 않은 책 제목에 의성·의태어가 세 개다. 의욕이 만만찮다. 책을 여니 놀랍다. 우리 말 의성어와 의태어가 물경 800여 개라니. 짧으면 한 글자, 길어도 여섯 글자. 전부 입말에 순우리말이다. 여기에 큰말과 작은말, 센말과 부드러운말, 거친말과 여린말, 본딧말과 준말, 비슷한말까지 합치면 몇 배로 불어난단다. 발밤발밤, 앙글방글, 바득바득, 왁작박작, 맹꽁징꽁, 으밀아밀…. 알듯도 하고 말듯도 하고. 근데 국어사전에 다 있는 말이라니 더 놀랍다. 아무 데나 폈다. ‘형태’ 중 ‘속도’ 편이다. “멈춰 있거나 느린 상태에서 “갑자기” 빨라지는 말도 있다. 어떤 생각은 ‘문득’, ‘번뜩’, ‘파뜩·퍼뜩,’ 더럭 갑자기 떠오르거나 ‘언뜻,’ ‘얼핏’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그럼 눕거나 앉아 있다가도 ‘발딱·벌떡’ 갑자기 일어난다. ‘덥석’은 왈칵 달려들어 냉큼 물거나 움켜잡는 모양으로, 안거나 받고 물거나 잡는 여러 상황에 두루 쓴다. 매우 빨리 없어지거나 끝나는 ‘번쩍’은 번개처럼 날래다. 이 모든 행동을 갑자기 멈추는 말도 있으니, 바로 ‘멈칫’이다.” 사전인데, 사전 같지 않다. 왼쪽에 표제어 오른쪽에 뜻풀이, 뻔한 구성이 아니다. 이야기가 용례고, 용례가 이야기다. 이런 사전 처음이다. 재미있다. 휙 읽힌다. 잘 써먹으면 좋으련만. 알아야 쓰지, 모르니 못 쓴다. “‘ㅋㅋㅋ, ㅋㄷㅋㄷ, ㅠㅠ’ 등 닿소리나 홀소리로 감정을 표현하는 이유가 효율과 편리 때문이라면 단언컨대 의성의태어가 훨씬 쓸모 있는데, 왜 안 쓰는 걸까. 그 의문은 곧 이 책의 중심축이자 원동력이 되었다.” 구성은 단출하다. 일과, 감정, 형태, 기후 4개로 갈래를 탔다. 다시, ‘감정’ 편의 경우 기쁠 때, 슬플 때, 화날 때, 신날 때, 설렐 때로 나눠 해당하는 의성의태어를 설명하고 있다. 지은이는 <엄마는 숲 해설가>, <서울 사는 나무> 등을 낸 작가다. 학자면 달리 썼을 성싶다. 통화로 물어봤다. -어떻게 쓰게 됐나?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했다. ‘전작들에 의성의태어가 많이 나오는데, 평소에 관심이 많은 것 아니냐’면서.” -이 많은 의성의태어 어떻게 찾아냈나. “처음엔 막막했다. 갈래 짓기가 힘들어서. 내가 사용하는 말, 사람들이 일상에서 쓰는 말에서 출발했다. 머리에 떠오르는 걸 정리하고, 뜻이 먼저 생각 나는 낱말들은 국립국어원 누리집 ‘뜻풀이’ 검색 기능을 활용했다. 다른 일과 병행하느라 기획에서 완성까지 1년 반쯤 걸렸다.” -사실 국어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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