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트렌드코리아 2017’ 주도 김난도 교수
김난도 교수
6명 함께 트렌드 헌터들 수집자료
‘키워드 10’ 앞자리 모으니 ‘치킨런’ “퍼팩트스톰 앞둔 고장난 조각배 형국”
불안한 사회안전망에 ‘각자도생’
현재지향적 ‘욜로 라이프’도 주목할만 픽미 세대(pick-me generation)란 치열한 경쟁 속에 ‘나를 선택해 달라’는 간절함을 가슴에 품고 사는 20대 디지털 세대. 김 교수는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크지만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을 선택하고 편집하며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인 픽미 세대가 실속소비를 하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즐겁게 보내자는 현실지향주의자가 되기도 하지만 기존 시스템을 벗어나 인간적인 삶을 실천하는 용기있는 세대이기도 하다며 이렇게 ‘예언’했다. “소비 패러다임을 바꾸는 주역인 동시에 사회변화의 중심세력이 될가능성을 지닌 픽미 세대, 이 세대를 잡는 자가 선거를 포함해 내년 한해의 주인이 될 것이다.” 각자도생은 “전에 없던 심각한 자연재해와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은 깊어가는데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고 국민들은 제각기 살아나갈 방법을 혼자 모색해야 하는” 개인주의적 생존전략이 전면화한 상황을 말한다.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라이프’란, 말 그대로 ‘한 번뿐인 인생’이다. “(지금 이 순간을 중시하는) ‘카르페 디엠’이 삶의 태도라면 욜로는 소비적 라이프스타일의 구체적 실천”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좀 더 부연하면,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나 ‘사고 싶은 물건 지금 사세요’와 같은 단순히 충동적인 의미가 아니라 후회없이 즐기고 사랑하고 배우라는 삶의 철학이자 본인의 이상향을 향한 실천을 중시하는 트렌드”란다. “무한경쟁 시대에서 미래를 향한 기대를 접은 현대인들이 부르짖는 절망의 외침인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은 희망의 주문이다.” 김 교수와 주로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를 매개로 함께 작업한 6명의 저자들은 지난 8월20일까지 1년 동안 수집된 ‘트렌드 헌터’들의 활동 결과와 국내외 자료 분석을 통해 2017년 소비트렌드를 10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욜로 라이프’(C’mon, YOLO), 대중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입혀 업그레이드하는 ‘비플러스 프리미엄’(Heading to B+ Primium),‘ 나는 픽미 세대’(I Am the Pick-me Generation), ‘보이지않는 배려기술 캄테크’(Clam-Tech, Felt but not Seen), ‘영업의 시대가 온다’(Key to Success:Sales), 1인과 이코노미를 합친 ‘내멋대로 1코노미’(Era of Aloners), 새로 사기 위해 버리는 ‘버려야 산다, 바이바이 센세이션’(No Give Up, No Live Up), ‘소비자가 만드는 수요중심시장’(Rebuilding Consumertopia), 소유·보관보다 당장 즐기고 경험하는 소비를 중시하는 ‘경험 is 뭔들’(User Expreience Matters), 그리고 각자도생(No One Backs You Up). 이들 각 항목의 영문 첫 글자를 모으면 ‘치킨 런’(CHICKEN RUN), 즉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클레이 애니메이션 영화 <치킨 런>이 된다. 치킨 런은 사전적으로는 ‘울타리를 둘러놓은 닭장’이라는 뜻이지만, 그 영화는 치킨파이의 재료로 잡혀갈 위기에 처한 농장의 닭들이 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탈출을 시도해 성공하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말했다. “닭도 노력하면 날 수 있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우리에 갇힌 듯, 정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2017년에는 새롭게 비상하기를 기원하는 소망을 담았다.” 8월 말까지의 재료를 토대로 한 이들 키워드 중 최근 ‘최순실 사태’ 이후 급변하는 정세의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받을 게 무엇이라 보느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기술변화 등에 토대를 둔 영업의 시대가 온다, 내멋대로 1코노미, 수요중심시장은 별 변화가 없겠고, 정치·사회 변화에 비교적 민감한 픽미 세대와 각자도생, 버려야 산다 쪽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렌드 코리아>가 선정한 2016년 10대 트렌드 상품은 ‘간편식’, 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 상승을 보여주는 ‘노케미족’, 텍스트보다 그림·사진·영상으로 표현하는 모바일 세대의 ‘메신저 캐릭터’, ‘부산행’, 소비문화의 주류로 등장한 중년 남성 ‘아재’, 공급자와 소비자를 간편하게 잇는 네트워킹 ‘020앱’, ‘저가 음료’, ‘태양의 후예’, ‘ㅇㅇ페이’ ‘힙합’. 김 교수는 속도를 늦추고 자연과 함께 소박하게 살며, 먹고 입는 것에서 단순함을 추구하는 편안한 생활방식, 그 중심을 이루는 ‘함께 하기’를 특징으로 하는 덴마크의 ‘휘거’(hygge)를 예로 들면서 돈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협동조합이 시민경제의 큰 축을 이루는 유럽적 라이프 스타일을 ‘최종 해답’의 예로 제시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리더십의 복원”이라고 했다. “각자도생의 시대에는 제각기 자기 살 길을 모색한다지만 나라를 각자도생의 늪에서 건져낼 책임을 지고 있는 정치인과 공무원마저 차기집권과 영향력 유지에 더 관심을 쏟으며 그들 역시 각자도생하기 바쁜 모양새”라며 “리더들마저 집권만을 위해 각자도생할 것인지, 우리는 기로에 섰다.”고 했다. 글·사진/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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