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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출판시장 앞날은 낙관할 수 없지만 ‘책의 힘’ 믿는다”

등록 2016-11-13 19:28수정 2016-11-13 22:09

[짬] 일본 기노쿠니야서점 회장 다카이 마사시
일본 기노쿠니야서점 회장 다카이 마사시
일본 기노쿠니야서점 회장 다카이 마사시
“책은 그 나라 문화의 토대다.”

일본 서점업계를 대표하는 인물 다카이 마사시(69·사진) 기노쿠니야서점 사장 겸 회장이 서울을 찾았다. 11일 서울시 주최로 시청에서 열린 ‘제1회 서울 서점인대회’ 개막식 행사에서 ‘일본 출판시장 현향과 기노쿠니야서점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다카이 회장은 “우리 생활권 주변에 있는 서점이야말로 (종이)책의 생명선”이라며 이런 말을 인용했다. “서점은 단지 원하는 책을 손에 넣는 장소인 것만은 아니다. 서점은 미지의 책과 만나는 매혹적인 장소이기도 하다.”(<아사히신문> 고정칼럼 ‘천성인어’ 2005년 9월24일)

‘1’자가 4개 겹쳐(11월11일) ‘빼빼로 데이’로 알려진 이날을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서점의 날’로 선포했다. 4개의 ‘1’자가 나란히 선 형상이 책꽂이에 꽂힌 책(冊)을 연상시킨다는 게 연합회의 설명이다.

말단 입사 37년만에 최대서점 대표로
1111 서점의 날’서울서점인대회 강연
“일본 출판시장도 20년새 절반으로”

지난해 하루키 신간 초판 90% ‘매절’
“서점 현실 알리려는 화제만들기 전략”

2008년부터 일본 최대 서점인 기노쿠니야서점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아오다 올 초부터 회장까지 겸하게 된 다카이 회장이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지난해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에세이집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초판 10만부 중 90%를 매절한 ‘사건’ 탓이다. 매절이란 팔리지 않더라도 반품할 수 없다는 조건으로 서점이 출판사에서 책을 직접 사들이는 것인데, 팔다가 못 팔면 출판사에 반품하는 통상적인 ‘위탁’ 판매와는 다르다. 매절 9만부면 자칫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물량이었다. 이 승부수는 멋지게 통했다.

“출판사와 저자를 지원하고 육성하겠다는 뜻이 있었고, 위탁 제도를 통한 통상적인 책 배포 시 발생하는 반품 문제를 부각시켜 대책을 촉구하고 싶었다. 인터넷 서점에 대한 대응책이기도 하고 서점의 이익률을 개선하려는 현실적인 목적도 있었다.”

이날 강연에서 다카이 회장이 밝힌 하루키 신작 매절 결행 이유다. 그리고 통 크고 배포 좋은 그답게 다음 한마디를 덧붙였다. “화제 만들기 전략.” 어쨌든 하루키 신작 발매일에 사람들은 기노쿠니야서점 앞에 줄을 섰다.

세이케이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1971년 기노쿠니야에 말단사원으로 입사한 다카이 회장은 입사 5년 만에 우쓰노미야 영업소장을 시작으로 이 회사의 여러 지역 영업소장직을 거쳐 87년 본사 정보제작부장이 됐고 99년 상무, 2004년 전무, 2006년 부사장, 그리고 입사 37년 만인 2008년 대표이사가 됐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 20년간 기노쿠니야서점의 점포 수는 37개에서 66개로 늘었지만 점포 매출액은 같은 기간 584억엔에서 543억엔으로 약간 줄었다.” 회사 전체 총매출액은 같은 기간 1070억엔에서 1086억엔으로 약간 늘었을 뿐이지만 여전히 일본 내 1위다. 종업원 수는 4천명에 이른다.

일본은 여전히 세계 유수의 출판대국이지만, 그가 제시한 일본 출판업 동향 자료들은 낙관적이지 못하다. 2015년까지 지난 20년간 일본 출판업계 시장 규모(총매출)는 2.6조(2조6000억)엔에서 1.5조엔으로 줄었고, 4년 뒤인 2020년엔 1.3조엔으로 계속 줄 것으로 전망된다. “출판사 수도 97년 4612개사에서 2014년 3534개사로 17년간 1078개사가 줄었다. 서점 수도 99년 2만2296개에서 2015년 1만3488개로 8808개나 줄었다.”

대응 전략으로 기노쿠니야는 전국에 68개 점포와 30개 영업소, 70개 북센터를 두는 등 국내 점포망을 확장하고, 미국·대만·두바이·싱가포르 등 9개 나라에 25개 점포와 5개 영업소, 4개 프랜차이즈 점포를 두고 있다. 또 사람과 책을 이어주는 종합 안내와 책 상담 담당자 ‘컨시어지’를 매장 안에 배치하고, 저자 사인회와 책 읽어주기 모임 등 어린이들을 위한 각종 이벤트, 4~5명씩 조를 이뤄 책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한 뒤 챔피언 책을 뽑는 ‘비블리오 배틀’ 등의 행사도 연다. 광범위한 출판물 판매 동향을 알 수 있는 펍라인(PubLine)도 가동한다.

상대적으로 전자출판은 시장 규모가 1502억엔으로 전년 대비 31.8%(358억엔) 늘었다. 다카이 회장은 그러나 “판매가 늘었다기보다는 전자책 종수 증가분만큼 시장이 커졌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합한 출판시장 매출 총액은 1조6722억엔. “전자출판은 2020년 3480억엔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측되지만, 종이책 출판의 매출 감소를 보전해줄 수준은 아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게다가 종이책과 달리 아직 정가제가 적용되지 않아 할인과 마일리지 확대로 텍스트 위주 전자책 저자들의 수입은 저조하다고 한다.

다카이 회장은 “미국에서는 공공도서관의 90% 이상이 서비스업체와 계약을 맺고 독자들에게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일본은 도입률이 1.5%에 머물러 있다”며 “장애인차별해소법이 지난 4월부터 시행됐고 콘텐츠도 증가해 보급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재편, 그리고 지역에 뿌리내린 서점 만들기가 과제다. 책의 힘을 믿고 책의 미래를 이어가겠다.” 다카이 회장은 독서시장과 책의 미래를 좌우할 다양한 변수들이 있지만 의연하게 대처해나갈 각오를 밝혔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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